한국인 운영 치킨집…비슈케크서 가장 인기있는 음식점
한국인 운영 치킨집…비슈케크서 가장 인기있는 음식점
  • 왕길환
  • 승인 2019.08.11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트립어드바이저가 꼽은 '치킨스타'
정치훈 대표 "내 경험이 여기선 특별하겠다 생각에 시작"

한국인 운영 치킨집…비슈케크서 가장 인기있는 음식점

트립어드바이저가 꼽은 '치킨스타'

정치훈 대표 "내 경험이 여기선 특별하겠다 생각에 시작"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식당
[정치훈 대표 제공]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 시내 중심가에 있는 에르킨딕 공원. 이곳 주변에 핫플레이스가 있다.

세계적 규모의 여행정보 웹사이트 '트립 어드바이저'(TripAdvisor)가 2017년 비슈케크 800여 개 레스토랑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식당으로 꼽은 곳이다.

'치킨스타'다. 한국인 정치훈(37) 씨가 2015년 5월 문을 연 치킨전문점이다. 한국식 치킨이지만 현지인 입맛에 맞게 직접 소스를 개발해 11가지 종류의 치킨을 내놓는다.

닭을 전기구이나 삶아서 요리해 먹는 현지인들에게 '새로운' 입맛을 선보인 셈이다.

한 달에 평균 1천600kg 정도의 치킨을 팔아 4천만∼5천만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한다.

레스토랑 한쪽에는 그림 전시 공간도 두고 있다. 바로 옆에 커피숍도 있다.

정 대표는 1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단골손님이 꾸준히 생기고 있고 현지 거주 외국인과 여행객들도 늘어나고 있다. 커피숍 매출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훈 치킨스타 대표
[본인 제공]

비슈케크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치킨스타' 전경
[정 대표 제공]

'치킨스타'는 사회적 기업 형태로 운영된다. 오픈한지 3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했다. 수익금 대부분은 현지 젊은이들의 교육과 예술가 지원, 직원 복지 등에 쓴다고 한다.

미국 보스턴과 뉴욕에서 그림 전시회까지 연 정 대표는 비슈케크에는 화가들이 그림을 전시할 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 매장 공간 일부를 전시장으로 만들었다. 지금까지 40회 넘게 전시회가 열렸다.

토요일에는 식당을 공연장으로 꾸민다. 학생 손님에게는 맥주를 반값에 주고, 공연하는 친구들에겐 맥주를 무료로 제공한다.

정 대표는 "현지인들이 나를 '남의 나라에 와서 남의 돈 벌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현지 기업과 공생하고 지역 발전에 앞장서는 선구자'로 봐주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키르기스스탄지회 회원인 정 대표는 현지 진출의 잠재성에 주목한다.

"키르기스스탄만 놓고 보면 그리 큰 시장은 아니지만, 주변 러시아어 언어권 국가로 확장할 기회가 있는 곳이다"

그래서 지난 5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2호점을 냈다. 고급 레스토랑이 즐비한 거리에 자리 잡은 2호점은 1호점과 똑같은 방식으로 운영한다.

알마티에 2~3곳을 추가해 경험을 쌓은 뒤 더 큰 시장으로 진출하는 게 그의 목표다.

식당에서는 소규모 공연도 열린다
[정 대표 제공]

그의 키르기스스탄 진출은 애초 계획에 없었다.

미국 신학대학원에서 유학하다가 박사과정을 밟으려고 영국행을 계획하고 보내던 때 키르기스스탄에서 사업하는 지인을 만나 "시간 있으면 한번 같이 가보자"는 그의 제안에 별생각 없이 따라간 데서 비롯했다.

"아주 깜짝 놀랐어요.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비즈니스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제 눈에도 사업 아이템이 보였던 겁니다. 자본도 없고, 경험도 없었지만 새로운 것을 개척하고 싶은 생각에 눌러앉은 것이죠. 제가 가진 한국과 미국에서의 경험이 한국과 미국에서는 특별하지 않아도 여기에서는 특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민하던 중 키르기스스탄이 옛 소련 전역에 닭을 공급하던 나라였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치킨 사업을 구상했다. 닭 농장도 많았고, 닭 품질도 굉장히 좋았다. 게다가 빵이 주식인 나라여서 밀가루 종류도 다양한 데다가 해바라기밭이 많아서 옥수수 식용유보다 해바리기유가 넘쳐났다.

그는 "완벽한 조건이었다. 한국식 치킨집이 딱 맞는다고 결정하고 '치킨스타'를 창업했다"고 했다.

토요일 저녁은 맥주 파티와 공연이 열린다
[정 대표 제공]

다만 그는 "키르기스스탄이 기회의 땅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리 만만치는 않다. 현지 문화를 이해하고 배우려는 태도, 성급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을 준비하는 자세, 현지인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게 좋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정말 힘들고, 아무것도 없고 한국과 아주 다르다"고 말하는 그는 청년들이 현지 진출을 도전해볼 만한 장래 가능성이 있는 분야로 농업,관광, IT, 무역 등을 꼽았다.

정치훈 대표와 치킨스타 로그
[본인 제공]

ghwang@yna.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