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듣지 못할뿐 문제는 안 돼요"…장애인 태권도 품새 국가대표
"잘듣지 못할뿐 문제는 안 돼요"…장애인 태권도 품새 국가대표
  • 왕길환
  • 승인 2019.07.29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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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성여고 최수빈 양, 평창 세계태권도한마당서 일반 학생과 겨뤄

"잘듣지 못할뿐 문제는 안 돼요"…장애인 태권도 품새 국가대표

해성여고 최수빈 양, 평창 세계태권도한마당서 일반 학생과 겨뤄

 

 

장애인 태권도 품새 국가대표 최수빈양
(평창=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29일 평창돔에서 열린 주니어Ⅲ 품새 부문에 출전한 최수빈 선수. wakaru@yna.co.kr 2019.7.29

 

(평창=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29일 세계태권도한마당 행사가 열리는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 있는 용평돔. 주니어Ⅲ 품새 부문에 출전한 선수가 눈길을 끌었다.

148.2m, 40kg의 작지만 다부진 체형의 최다빈(해성여고 3학년) 학생이다. 서기, 막기, 지르기, 차기, 치기, 찌르기 등 경연 동작 하나하나에 절도가 있고 힘이 넘친다.

하지만 오른발이 불편해 보인다. 연습 도중 발목을 다쳐 깁스하고 있다가 이번 대회 참가를 위해 하루 전날인 28일 풀었다고 한다.

연기를 마치고 심판진에게 인사를 깍듯이 하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최 양은 "성적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참가하는 데 의미를 두고 출전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대학생 언니도 포함된 결선에서 3위를 차지했다.

이날 일반 학생들과 겨룬 그는 사실 장애인 대한민국태권도 품새 국가대표 선수다. 7살 때 청력을 잃어 보청기를 사용하고 있다.

최 양은 "잘 듣지 못할 뿐 태권도를 하거나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크게 문제는 안 된다"며 "자신감이 없어지지도 않고, 일반 학생과 똑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발목을 다쳐 출전이 어려웠지만, 주요 대회 참가를 앞두고 있기에 마음을 다잡는 차원에서 이번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오는 10월31일부터 11월5일까지 홍콩에서 열리는 '2019 아시아 태평양 농아인 경기 품새 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엄마의 권유로 태권도복을 입은 그는 현재 공인 3단이다. 각종 대회에 나가 일반 학생들과 겨뤘던 그는 2018년부터 장애인 태권도 전국대회에 나가 다수 입상하면서 두각을 나타냈고, 올해 국가대표에 뽑힌 뒤 열린 제7회 전국 장애인 태권도대회에서 품새 개인전과 페어전에서 우승했다.

현재 태권도 전용훈련장인 이천훈련원에서 2차 국가대표 강화훈련에 참석 중이다.

"태권도가 너무 재미있어요. 친구들이랑 함께 운동하고 땀 흘리고. 친구들이 안 될 때 도와주고 배려해주고 참 좋아요. 품새를 할 때 안되는 부문을 발견하면 쾌감도 느낀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공부를 하려고 1년 남짓 쉰 것을 제외하면 11년째 태권도를 하는 그는 "태권도를 하면 집중력이 생기고, 체력도 좋아진다. 무엇보다 인성이 좋아진다"며 태권도를 권했다.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그는 희망하는 대학의 태권도 학과 특별전형에 응시할 계획이다. 이미 필요한 점수는 많이 획득했지만, 안정권에 들기 위해 이번 홍콩 대회에서 1등을 목표로 훈련하고 있다.

최 양과 함께 평창을 찾은 해성여고 황준성 교사는 "수빈이는 학교에서 가장 표본이 되고 성실하게 잘하고 있다"며 "연습도 열심히 하고 있어 홍콩 대회에서 우승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경찰이 되고 싶어요. 또 해외에 나가 지도자가 돼 태권도를 알리고도 싶어요. 예의 있고 남을 항상 배려해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경연 펼치는 최수빈 선수
(평창=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29일 용평돔에서 열린 주니어Ⅲ 품새 부문에 출전한 최수빈 선수가 경연을 펼치고 있다. ghwang@yna.co.kr 2019.7.29.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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