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배드민턴대회 우승자 "가족의 응원 덕분에 얻은 결실"
다문화 배드민턴대회 우승자 "가족의 응원 덕분에 얻은 결실"
  • 이상서
  • 승인 2021.11.2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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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해하는 다문화가족 있다면 라켓 잡아보길 추천"

다문화 배드민턴대회 우승자 "가족의 응원 덕분에 얻은 결실"

"우울해하는 다문화가족 있다면 라켓 잡아보길 추천"

(고양=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말 그대로 3전 4기입니다. 계속 도전하다 보니 결국 오늘 우승 감격을 누렸네요."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와 고양시체육회 주최로 27일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제12회 전국 다문화가족 배드민턴 대회' 부부 복식에서 1위를 차지한 양승안(47·전북 김제) 씨는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제12회 전국 다문화가족 배드민턴 대회' 부부 복식에서 1위를 차지한 양승안(47·전북 김제) 씨·에멜리타(33) 씨 부부. [촬영 이상서]

필리핀 출신 아내인 에멜리타(33) 씨와 함께 정상에 오른 양 씨는 "이제까지 4번 출전해 거둔 최고 성적은 준우승이었다"며 "운이 따랐고, 아내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양 씨는 아내의 한국 생활 적응에 도움이 될까 싶어 3년 전 배드민턴 동호회 가입을 권했다. 처음에는 라켓 쥐는 방법도 서툴렀던 아내는 금세 재미를 붙였다고 한다.

그는 "와이프 운동신경이 보통이 아니더라"며 "아마 우리 고향에 사는 여자 중에서는 최고 실력자일 것"이라고 자랑했다.

에멜리타 씨 역시 "배운 지 3년 만에 남편 실력을 따라잡았다"며 "이제는 내가 더 잘 치는 것 같다"고 웃었다.

양 씨는 "처음 연습할 때는 아내와 호흡이 제대로 맞지 않아서 종종 다퉜는데 이제는 눈빛만 봐도 통한다"며 "오랜만에 야외활동도 하고 우승 감격도 누려서 기분이 최고다. 빨리 내려가서 동호회원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제12회 전국 다문화가족 배드민턴 대회' 남자 단식 우승자인 우창욱(50·경북 영주) 씨. [촬영 이상서]

남자 단식 우승자인 우창욱(50·경북 영주) 씨는 "정상의 기쁨을 태어난 지 4개월 된 딸과 나누고 싶다"며 "지금도 집에 두고 온 아내와 아기가 눈에 어른거린다"고 말했다.

2019년 베트남 출신 아내와 결혼한 우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혼자 올라왔다"며 "고작 반나절 '이별'을 했을 뿐인데 딸이 너무 보고 싶다"고 고백했다.

그는 "사실 결승에서 만난 상대가 동네 친구"라며 "아마 일부러 우승을 양보해 준 게 아닌가 싶다. 고향에 내려가면 오늘 받은 상금으로 크게 한턱 대접할 것"이라고 했다.

얼른 아이가 커서 내년 대회에 온 가족이 함께 참석하고 싶다고 밝힌 우 씨는 "아내가 차려준 집밥이 정말 먹고 싶다"고 웃었다.

'제12회 전국 다문화가족 배드민턴 대회' 여자 단식 우승자인 혼다 게이코(本田桂子·46) 씨. [촬영 이상서]

여자 단식 우승자인 혼다 게이코(本田桂子·46) 씨는 대회 단골 참가자다. 올해까지 5번 출전했으나, 아직 우승 경험은 없었다.

게이코 씨가 "오랜 소원을 풀었다.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수상 소감을 남기자, 옆에 있던 남편은 "일주일 내내 배드민턴 연습에 '올인'했다"고 귀띔했다.

게이코 씨는 "배드민턴을 배우면서 건강과 긍정적인 사고방식, 좋은 사람들 등 얻은 점이 많다"며 "만약 지금 우울해하는 다문화가족이 있다면 라켓을 잡아보기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일본 이시카와(石川)현이 고향인 그는 "우승 상금으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친정'으로 여행도 떠나고 싶다"며 "그동안 코로나19로 활동이 제한됐는데 보상받은 기분이 든다"고 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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