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한 문서' 일본 후지주택에 "배상금 더 내라" 2심 판결
'혐한 문서' 일본 후지주택에 "배상금 더 내라" 2심 판결
  • 이세원
  • 승인 2021.11.1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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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 배포중단 명령도…피해자 "회사가 달라지면 좋겠다"
재일한국인 차별에 맞서 법적 대응…'혐한 블로거'에 소송 내기도

'혐한 문서' 일본 후지주택에 "배상금 더 내라" 2심 판결

문서 배포중단 명령도…피해자 "회사가 달라지면 좋겠다"

재일한국인 차별에 맞서 법적 대응…'혐한 블로거'에 소송 내기도

후지주택 홈페이지의 '경영이념' 코너에 이마이 미쓰오(今井光郞) 후지주택 회장의 사진과 함께 "손님의 기대에 부응해 신뢰를 쌓는다. 성장의 열쇠는 '인재'에 있다"는 메시지가 표시돼 있다. [후지주택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한국을 멸시하는 문서를 사내에 배포한 일본 대기업 후지주택 측이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할 배상금을 증액하는 2심 판결이 내려졌다.

일본 오사카(大阪)고등재판소(고법)는 후지주택에서 일하는 재일 한국인 여성 A씨가 혐한(嫌韓) 문서를 배포한 후지주택과 이마이 미쓰오(今井光郞) 후지주택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후지주택 측이 A씨에게 132만엔(약 1천366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18일 내렸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 등이 19일 전했다.

작년 7월 선고된 1심 판결에서 인정한 위자료는 110만엔이었는데 증액을 명령한 것이다.

시미즈 히비쿠(淸水響) 재판장은 "차별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는 문서를 계속 대량 배포한 결과 현실에서 차별적 언동이 생기게 할 온상을 직장에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차별적 사상이 직장에 확산하지 않도록 회사 측이 배려할 의무가 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아 A씨의 인격이 침해당했다고 평가했다.

후지주택은 1심 판결 이후에도 사내에 혐한 문서를 계속 배포했는데 이를 중단하라는 명령도 함께 내려졌다.

재판부는 혐한 문서를 계속 배포하는 것이 "강한 소외감을 주고 고립"시켜 소송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규정하고서 혐한 문서 배포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결정은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

A씨는 "판결을 수용해 (회사가) 달라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대법원에 해당하는 최고재판소의 판단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후지주택 측은 혐한 문서 배포 중단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것은 언론의 자유를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것이라서 수용할 수 없다면서 상고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도쿄증권거래소 1부 상장 기업인 후지주택은 한국인을 "야생동물"에 비유하거나 "한국은 영원히 날조하는 국가", "자이니치(在日, 재일한국·조선인을 의미)는 죽어라"는 등의 글이 담긴 문서를 2013∼2015년 임직원들에게 배포했다.

A씨는 혐한 문서가 자신의 인격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위자료 3천300만엔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1심은 문서 배포가 "차별적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현실적인 두려움을 느끼게 할만한 것"이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16년 3월 22일 최강이자(왼쪽) 씨가 일본 참의원 법무위원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헤이트 스피치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에서 오랜 기간 차별과 위협에 시달리던 재일 한국인들은 혐한 문서나 게시물 등에 맞서 최근 법적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 가와사키(川崎)시의 혐한 시위 방지 조례 제정에 기여한 재일한국인 3세인 최강이자 씨는 "빨리 조국으로 돌아가라"는 등의 차별을 조장하는 인터넷 게시물 때문에 피해를 봤다며 40대 남성을 상대로 18일 소송을 제기했다.

약 300만엔의 배상금을 청구했한 최씨는 "나의 존재를 부정하는 발언"이라며 "차별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재판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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