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학생 3% 시대] ③다문화 선진국, 교육에서 답 찾았다
[다문화 학생 3% 시대] ③다문화 선진국, 교육에서 답 찾았다
  • 권선미
  • 승인 2021.10.12 05: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문화· 일반 가정 간 융화 위해 상호문화 교육하는 독일
캐나다·호주, 일반 가정에 소수 언어·제2외국어 교육 지원
미국·프랑스, 다문화 자녀에 맞춤형 학교·직업 교육 제공

[다문화 학생 3% 시대] ③다문화 선진국, 교육에서 답 찾았다

다문화· 일반 가정 간 융화 위해 상호문화 교육하는 독일

캐나다·호주, 일반 가정에 소수 언어·제2외국어 교육 지원

미국·프랑스, 다문화 자녀에 맞춤형 학교·직업 교육 제공

 

 

베를린 세계다문화축제에서 풍물놀이하는 한인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권선미 기자 = 우리나라보다 앞서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독일, 캐나다, 호주, 미국 등은 오랜 이민 역사를 거치며 오늘날 한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먼저 겪었다.

이들 국가는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교육'으로 극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이민자들이 현지 시민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언어·문화 교육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 상호문화 교육으로 사회 통합 꾀했다

인구의 26%가 이민자 출신이며, 약 170만 명의 난민이 사는 독일에서는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공존하도록 하는 사회적 논의가 오래전부터 있었다.

무엇보다 이주민 문화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다문화 가정과 일반 가정의 통합을 꾀하고 있다.

독일 연방 정부는 1996년과 2013년 두 차례에 일선 학교에 상호문화 교육을 할 것을 권고했다. 이주민의 문화를 인정하고 포용함으로써 사회 통합을 이루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주민에게는 독일 문화를 가르친다. 대표적인 다문화 지역인 노이쾰른은 2009년부터 이민자를 대상으로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독일 국민들은 이민자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하게 됐다고 한다. 독일의 사회민주당 정책연구기관인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이 2019년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가 '이민자들이 국가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반대 의견은 29%에 그쳤다.

 

 

독일 학교
[연합뉴스 자료사진]

 

 

독일은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언어 문제로 부적응을 겪지 않도록 언어 교육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다문화 가정 자녀는 유치원 때부터 독일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한장업 이화여대 다문화연구소장은 "독일이 상호문화 교육을 통해 다문화 가정과 일반 가정 간 원만한 관계를 형성했다는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독일과 비슷한 방식으로 다문화 가정을 통합하고 있는 국가는 아일랜드다. 아일랜드는 1990년대 중반 이민을 보내던 나라에서 이민을 받는 나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한국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일랜드 정부는 2005년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수준별 상호문화 교육 과정을 만들어 일선 학교에 배포하고, 교사들에게 모든 교과목에서 상호문화를 교육할 것을 권장했다.

한 소장은 "한국도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상호문화 교육을 도입해 다문화 가정과 일반 가정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다양한 언어 수용 교육으로 소수민족 배려

이주민들이 세운 나라인 캐나다는 이민 수용 정책을 꾸준히 펼쳤음에도 국내 인구만으로 노동력을 충당할 수 없게 되자, 동화주의적 이민정책에서 모든 민족에 평등하게 문호를 개방하는 다문화 정책으로 전환했다.

캐나다의 다문화 교육은 언어 지원, 소수 민족 정체성 존중, 소수 민족의 자신감 배양에 목표를 두고 있다.

교사들은 다문화 교육 연수를 필수로 받고 있고, 학생들은 교육 과정을 통해 다문화 가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학교에서 소수 언어를 배울 기회를 보장하고, 캐나다에서 사용하는 프랑스어, 영어뿐만 아니라 소수 언어도 사용할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했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언어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호주도 300개 이상의 언어가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어울려 살고 있다.

호주 국립교육연구원에 따르면 호주 학생의 약 3분의 2는 학교 등에서 호주 이외의 배경을 가진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었고, 2분의 1은 다른 나라 국적을 가진 이웃을 두고 있다.

이러한 배경은 호주인들이 어려서부터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수용하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호주 시드니한국문화원 문화체험 행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연구(PISA) 2018'의 학생 글로벌 역량 평가에서 호주 학생들은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능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의 이러한 역량에는 다문화 가정 자녀와 일반 가정 자녀가 원활한 교류를 할 수 있도록 정부와 각 주가 제2외국어 교육을 지원하는 것도 한몫한다.

호주 연방 정부는 2019년 국가적 차원에서 제2외국어 학습 지원을 추진하기로 했고, 뉴사우스웨일스주는 초등학생부터 제2외국어 학습을 하도록 권고했다.

빅토리아주에는 2020년부터 '언어 학습을 통한 글로벌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초등학생부터 아시아 언어를 집중적으로 배우고 문화를 교류하는 시간이 있다.

서호주에서도 3학년부터 6학년까지 제2외국어 학습을 의무화했으며, 2023년부터는 8학년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호주의 다문화 교육은 정부와 학교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하고 있다.

김세영 고양시 다문화대안학교장은 "호주는 정부와 학교, 시민단체가 연합해 다문화 가정 자녀가 어느 지역에서든 정착할 수 있는 교육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다문화 교육 시스템은 이민청과 같은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정부, 학교, 시민단체의 역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 다문화 자녀 특성 존중한 ' 맞춤교육' 제공

1991년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차터 스쿨'(Charter School) 법안이 채택된 이후 미 전역에 약 7천개의 차터 스쿨이 설립돼 약 300만 명이 재학 중이다. 차터 스쿨은 시민단체 등 민간단체가 주 정부와 협약을 맺고 학교를 직접 운영하는 자율형 공립학교를 말한다. 주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기 때문에 학생들은 거의 무료로 학교에 다니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주 첫 한국어 이중언어 학교 차터스쿨 수업
[연합뉴스 자료사진]

 

 

차터 스쿨에서는 획일화된 교육이 아닌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존중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모든 학생에게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교육 목표이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가정, 소수 인종, 난민 등 사회취약계층 자녀들이 우선 선발 대상이다. 차터 스쿨은 학업 성취도와 명문대 진학률이 높아 입학 경쟁률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터 스쿨 중 270여 개는 다문화 교육을 지원하는 KIPP(Knowledge Is Power Program)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다. KIPP 재단이 운영하는 학교의 수업시간은 미국의 평균 수업시간보다 40~50% 더 길다. 이곳 출신 졸업생의 83%가 대학에 진학해 사회 인재로 성장하고 있다.

김만호 선문대 객원교수는 "차터 스쿨은 우수한 학업 능력과 잠재력을 지닌 학생을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하여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는 징검다리가 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많은 기업과 민간단체가 다문화 교육에 관심을 갖고 이러한 공익 활동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이민 인구가 두번째로 많은 프랑스는 중도입국 학생에게 전문 직업교육 과정을 이수하거나 단기 고등교육 과정을 밟도록 하고 있다. 이 교육은 '이민자와 비정착 주민들의 학교 적응을 위한 교육센터'(CASNAV)에서 담당한다.

CASNAV는 다문화 가정 자녀에게 학교 입학 정보와 학교생활 적응을 돕는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특히 직업교육을 통해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등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사회 일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올해 3월 한국 최초의 초·중·고 통합형 다문화 학교로 개교한 군서미래국제학교의 이용규(53) 교장은 "직업교육 시 소기업 위주로 견학을 다니고 있는 한계가 있는데, 대기업과 중견기업에서도 심도 깊은 직업 교육을 받도록 함으로써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fortuna@yna.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