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에 대한 차별 폭력이 사라질 때까지…."
"이주여성에 대한 차별 폭력이 사라질 때까지…."
  • 양태삼
  • 승인 2021.10.1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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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20주년 맞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대표
"이제 이주 여성들이 전면에 나서 활동할 때 됐다"

"이주여성에 대한 차별 폭력이 사라질 때까지…."

창립 20주년 맞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대표

"이제 이주 여성들이 전면에 나서 활동할 때 됐다"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 "비닐하우스를 외국인 노동자 숙소로 사용하는 한, 외국인 보호소에서 고문이 벌어지는 한, 이주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남아 있는 한 우리 센터는 끝까지 이를 바로잡겠습니다."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센터 창립 20주년을 맞아 11일 서울 종로구 숭인동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센터가 앞으로도 계속 활동하겠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주여성인권센터는 2001년 인근 평화시장에 옷을 만들어 납품하는 가내공장이 몰린 숭인동의 여성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쉼터 '외국인 이주 여성 노동자의 집'을 열고 미등록(불법체류) 여성 노동자를 보호해주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센터 인사들과 점프하는 허오영숙 대표(오른쪽 두 번째)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제공 [재배포 및 DB금지]

외국인 이주 노동자 중 여성, 특히 미등록 여성 이주 노동자들이 차별과 폭력에 가장 취약하다고 보고 이들의 권익을 지키고자 창립했다고 허오 대표는 설명했다.

이후 국제결혼으로 동남아 국가 출신의 여성이 급증하면서 이들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고, 인권을 지켜주며, 차별을 지적하는 활동을 벌여왔다.

그간 이주 여성을 알선하는 국제결혼 알선업체의 모욕적인 광고문구나 속옷 차림의 여성이 나오는 광고의 선정성을 지적해 규제안을 마련토록 하는 등 이주 여성의 인권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2017년 가정폭력특별법 개정안에 상담소 설치 근거를 마련해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에 모두 8곳의 여성 상담소가 설치돼 운영 중이다. 이 센터는 서울시의 위탁을 받아 서울시 이주여성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허오 대표는 "상담 활동이 '국민'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주 여성도 사회 구성원인 만큼 상담받을 권리가 있다고 보고 법 개정안에 이를 반영했다"며 이를 지난 20년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센터는 시민 활동가뿐 아니라 뜻을 같이한 일반 시민들의 후원도 적지 않았기에 설립이 가능했다.

센터 창립 후원 멤버 중 독일에서 간호사로 일했던 이들이 "독일의 경우 아시아인을 차별하면서도 사회적 포용 또한 하지만, 한국에는 차별만 있다"고 전했다며, 이주민, 특히 약자인 여성에 대한 포용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허오 대표는 전했다.

그는 "이주 여성을 국민이나 시민으로 여기지 않고, 며느리이자 아내로 만들고자 하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여성 문제, 특히 인권 문제는 우리 센터의 존재 이유인 만큼 인식을 깨우치도록 진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주 여성 역시 노동자인 만큼 노동자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고, 동료와 똑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며 "드러나지 않는,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을 고치려면 인식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19년 '잡종' 발언을 규탄하는 집회나 베트남 여성에 대한 폭력 동영상 등을 계기로 이주여성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며 세력화하기 시작했다고 거론하며, "이제는 이주 여성들이 전면에 나서 활동해야 할 때가 됐고, 그런 역량을 갖추기 시작했다"고 힘줘 말했다.

정헌율 전북 익산시장은 지난 2019년 다문화가족 행사에서 "생물학적, 과학적으로 얘기한다면 잡종강세라는 말도 있지 않으냐. 똑똑하고 예쁜 애들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허오 대표는 "이주여성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그 소리를 귀담아들을 때가 돼야 비로소 우리 사회에 포용력이 생기는 것"이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tsy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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