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군 마을 이장 된 필리핀 댁 "젊은 활기 불어넣을 것"
무주군 마을 이장 된 필리핀 댁 "젊은 활기 불어넣을 것"
  • 양태삼
  • 승인 2021.10.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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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남편 만나 한국생활 14년차…"젊은이들 올 수 있는 환경 만들게요"

무주군 마을 이장 된 필리핀 댁 "젊은 활기 불어넣을 것"

2008년 남편 만나 한국생활 14년차…"젊은이들 올 수 있는 환경 만들게요"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 "외국 출신이지만 젊은 사람이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기대한 것 같습니다. 기대에 부응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전북 무주군 설천면 남청마을의 이장이 된 필리핀 댁 김조이(33) 씨는 4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임기 3년의 이장직을 수행할 포부를 이같이 밝혔다.

김씨는 작년 말 남청마을 이장 선거에서 마을 어르신들이 떼밀다시피 해 후보로 추천됐다. 이후 선거를 거쳐 이장으로 선출돼 올해부터 이장직을 맡고 있다.

외국 출신이 마을의 이장이 된 것은 남청 마을은 물론 무주군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남청마을 김조이 이장
김 이장 제공 [재배포 및 DB금지]

 

전국을 놓고 보면 수년 전 경북과 강원 지역에서 베트남이나 중국 출신의 여성 이장이 나온 바 있다.

김 씨는 "이 마을에 조상 때부터 살던 10여 가구 주민들이 다 한 번씩 이장을 했고, 이제 우리 집이 할 차례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장이 마을의 심부름꾼이나 다름없는 만큼 부지런히, 성실히 섬기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넷째를 출산해 육아에 전념해야 할 상황이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무주군의 농촌체험마을 사무장을 5년간 맡아 행정 경험이 풍부한 점을 주민들이 높이 평가해 상급 행정기관과의 원활한 업무를 기대한 듯싶다"고 말했다.

필리핀 민다나오에서 태어난 그는 지난 2008년 남편을 만나 남청마을로 시집와 한국 생활이 어느덧 14년 차가 됐다. 2014년 한국에 귀화했다.

 

농촌마을 체험센터에서 강의하는 김 이장
김 이장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남편이 직장 생활을 해서 마을 주민과 달리 농사나 축산업에 종사하지는 않는다.

김씨는 "40여 가구에 주민 수가 70명이 채 안 되는 작은마을이지만, 배수로 정비 같은 민원이 적지 않다"며 "마을 어르신들을 잘 모시면서도 젊은이들이 올 수 있는 환경을 꾸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령화한 마을 주민이 치매 같은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는 방안과, 젊은 사람들이 우리 마을로 귀농 귀촌해 살기 편하게 할 방안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반딧불 축제로 이름난 인근 반디랜드와 연계해 마을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이장과의 인터뷰는 행정안전부와 무주군의 협조로 '우수 이장' 추천을 통해 성사됐다.

무주군 관계자는 "김 이장이 오래 거주하면서 주민과 화합하고 신망이 두터워 이장으로 뽑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tsy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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