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동포 재난지원금 제외 분노 사실 아냐…혐오 조장 말라"
"中동포 재난지원금 제외 분노 사실 아냐…혐오 조장 말라"
  • 이상서
  • 승인 2021.09.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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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동포 재난지원금 제외 분노 사실 아냐…혐오 조장 말라"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재난지원금을 못 받는다고 해서 아쉬운 건 사실이죠.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정붙이고 사는 나라에 도끼 들고 찾아가겠다는 조선족이나 중국동포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김숙자 재한동포총연합회 이사장은 최근 한국에 사는 중국동포가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크게 분노한다는 언론 보도를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김 이사장은 18일 연합뉴스에 "적어도 내 주변에는 (내국인과 동일하게 세금을 내고도) 지원을 못받아 불만은 있지만 정부 결정을 존중하고 감내하는 이들이 더 많다"며 "오히려 정식으로 대응하자고 나서는 일부 여론을 달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포털 사이트에 송고된 중국동포의 재난지원금 불만 기사에 달린 댓글들. [네이버 캡처]

최근 정부 재난지원금 지급에 배제된 중국동포와 조선족이 거센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는 뉴스가 잇따르자 당사자들이 이는 혐오를 조장하는 만큼 보도 자제를 당부했다.

12일부터 최근까지 주요 포털 사이트에 송고된 관련 기사는 20건이 넘는다. '도끼 들고 찾아갑시다…재난지원금 못 받은 조선족들 분노'나 '왜 안 줘, X 같은 대한민국…재난지원금 못 받아 뿔난 조선족'과 같은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대부분이다.

한 기사에는 조선족을 비난하는 댓글이 1만 개 가까이 달리기도 했다.

부정적인 여론이 거세지자 당사자들은 갈등을 부추기는 기사를 자제할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국내 이주인권단체 관계자는 "(온라인상에서) 극소수가 감정을 드러낸 현상을 전체가 그런 것처럼 보도해 혐오 정서를 확산시키고 있다"며 "특정 국가를 겨냥해 희생양으로 만드는 행위가 아니면 뭐겠냐"고 비판했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20년 가까이 사는 중국동포 김 모 씨는 "인생의 3분의 1을 한국에서 보냈고, 깊은 애정도 품고 있다"면서도 "이처럼 내외국인 간 갈등을 부추기는 여론이 높아질 때마다 서운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김 씨는 "정부 지원금 대상에 배제돼 불만을 가진 동포가 어떻게 중국 출신만 있겠느냐"며 "(중국동포가 많다는 이유로) 특정 국가만을 겨냥해 비난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7월 기준 국내 체류하는 외국국적동포는 47만여 명으로 이중 중국동포는 75%(35만3천여 명)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2위인 미국동포(4만2천여 명)보다도 30만여 명 더 많다.

'대림동은 범죄 소굴이 아니다'
2017년 8월 서울 영등포구 대림역 앞에서 영화 '청년경찰'에서 중국동포와 거주지역인 대림동을 비하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며 상영중단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학계에서는 4년 전 영화 '청년경찰'로 인해 중국동포를 향한 편견이 극에 달했던 사태가 재현될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 '중국동포, 다문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한국영화 바로 세우기 범국민대책위원회'집행위원장을 맡았던 곽재석 한국이주동포개발연구원 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외국인 혐오 현상이 심화한 데다 반중 감정도 커진 상태"라며 "선주민과 갈등을 조장하는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온라인 혐오 표현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혐오 표현의 주요 원인으로 '우리 사회의 구조적 차별(86.1%)', '언론의 보도 태도(79.2%)' 등이 꼽혔다.

혐오와 차별 해소 방안으로 '정치인·언론이 혐오를 부추길 수 있는 표현이나 보도 자제'(90.3%)를 가장 많이 꼽았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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