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 안창호 등 광복에 힘쓴 미주 한인들 노력 잊지 말길"
"도산 안창호 등 광복에 힘쓴 미주 한인들 노력 잊지 말길"
  • 이상서
  • 승인 2021.08.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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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한인 이주사 전문가 장태한 UC 리버사이드 교수 인터뷰

"도산 안창호 등 광복에 힘쓴 미주 한인들 노력 잊지 말길"

재미 한인 이주사 전문가 장태한 UC 리버사이드 교수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미주 지역에 사는 한인들도 누구 못지않게 조국 독립에 모든 힘을 쏟았습니다. 그러나 다른 독립운동가에 비해 그 노력이 조명받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재미 한인 이주사 분야 전문가인 장태한(66)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학(UC 리버사이드) 교수는 15일 광복 76주년을 맞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장태한(66)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학(UC 리버사이드) 교수
[본인 제공]

장 교수는 "당시 미주 한인들은 '귀향'해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독립운동에 최선을 다했다"며 "이들에게 광복이 어떤 의미였고 이들이 어떤 투쟁을 했는지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1974년 미국으로 이민한 그는 한흑(韓黑) 갈등을 연구 주제로 1990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UC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김영옥 재미동포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그가 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동쪽 리버사이드에 있는 파차파 캠프는 1904년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한 도산 안창호 선생(1878∼1938년)이 정착하면서 세운 한인 공동체로 한인 타운의 효시로 불린다.

안 선생은 이곳에서 한인 공동체를 이끌며 공립협회를 세웠고 신민회와 흥사단 창립의 기틀을 닦았다.

그러나 장 교수는 안 선생의 업적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씁쓸해했다.

그는 "광복 직후 좌우 세력 모두에게 외면받았기 때문"이라며 "사회 통합과 언행일치를 미덕으로 삼았던 안 선생은 분명 후세에 모범이 될 수 있는 지도자였다"고 말했다.

재미 한인 여성들의 노력이 조명받지 못한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는 "3·1운동 이후 대한여자애국단을 중심으로 한 재미 한인 여성들의 활동이 눈에 띄었다"며 "미국도 1920년에야 여성에게 참정권을 줬는데, 그보다 앞서 재미 사회는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독립운동에 나설 정도로 진보적이었다"고 말했다.

미 최초 한인촌 '파차파 캠프' 구성원들의 기념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에는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미주 한인의 존재를 알린 연구를 내기도 했다.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하이(上海) 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한다'고 공포한 기원이 중국이 아닌 미국 민주주의에서 비롯됐다는 내용이 담긴 '민주공화제의 미국발 계보 : 대한인국민회와 대동단결선언' 논문이 그것이다.

장 교수는 "광복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대동단결선언과 민주공화제의 기원을 고찰한 연구가 비었다는 것을 알고서 조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동단결선언 원본이 독립기념관에 기증된 안 선생의 유품에서 발견됐고, 여기에 서명한 14인 중 미국에서 활동하던 또 다른 독립운동가 박용만(1881∼1928년) 선생이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그는 "이념을 떠나 내 논문으로 인해 활발한 토론이 생기길 바란다"며 "틀린 부분이 있다면 지적하고, 다른 의견이 있다면 제안하면서 학문은 발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920년 미주 한인 독립자금 모금 내역 명단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주한인이 독립을 위해 쏟은 땀의 가치를 알려야 하는 이들은 또 있다. 바로 이민 2세대이다.

그는 "모국을 향한 향수가 남아있는 이민 1세대는 꾸준히 한국과 연을 맺고 있지만 다음 세대부터는 사실상 미국인이기 때문에 그 정체성이 희석될 가능성이 크다"며 "부모들이 얼마나 독립운동에 힘썼고, 차별과 나라 잃은 설움을 견디고 이곳에 정착했는지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글날인 10월 9일 학계 관계자와 초중고 교사를 초청해 미주한인사 콘퍼런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많은 이민자 자녀들이 우리 역사를 배우지 못하고 성장했다"며 "이들이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갖도록 도울 것"이라고 고백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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