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국가대표' 카자흐 출신 신동 "한국 위해 우승하고 싶어요"
'체스국가대표' 카자흐 출신 신동 "한국 위해 우승하고 싶어요"
  • 이상서
  • 승인 2021.07.0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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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국가대표' 카자흐 출신 신동 "한국 위해 우승하고 싶어요"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국가대표가 한국을 대표해서 나간다는 의미이잖아요.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크겠지만 책임감과 자부심도 많이 느낄 것 같아요."

내달 영국 런던에서 온라인으로 개최되는 마인드 스포츠 올림피아드 체스 종목에 한국 대표로 선발된 오가이 아나스타시야(14) 양. [본인 제공]

카자흐스탄 출신의 오가이 아나스타시야(14) 양은 내달 영국 런던에서 온라인으로 개최될 마인드 스포츠 올림피아드 세계 대회 체스 종목에 한국 대표로 뽑혔다.

아나스타시야 양은 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남은 기간 단점을 보완해서 한국을 위해 우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19년 고려인 출신인 부모님과 함께 찾은 한국은 언어도, 사람 사는 모습도 모국과 많이 달랐기에 좀처럼 정 붙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의 적응을 도왔던 것은 체스였다. 처음 입학한 경북 경주시 흥무초등학교에 방과 후 활동으로 체스 클럽에 가입한 게 학교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 등 러시아권 국가에서 체스는 전통적인 인기 스포츠다. 그 역시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체스를 접했다.

마침 그해 8월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세계 청소년 마인드스포츠 대회' 12세 미만 체스 종목에 출전해 우승하면서 교내에 이름도 알렸다.

워낙에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밝힌 그는 "우승 소식을 듣고 친구들이 축하도 많이 해줬다"며 "덕분에 교우 관계도 좋아졌고, 한국어 실력도 자연스럽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운 좋게도 실력 있는 선생님과 코치님을 만나 잘 배운 덕분"이라며 "학교생활에 정을 붙이니 자연스럽게 성적도 많이 올랐다"고 웃어 보였다.

올해 경북 경주 계림중학교에 입학한 그는 지난 5월 열린 체스 국가대표 선발전 중고등부에 출전해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국가대표로 뽑혔다. 두 차례 선발전을 거쳐 지원자 230여 명 가운데 최종 선발된 50명에 포함된 것이다.

국적 보유자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에 거주하는 선수에게도 대표로 출전할 수 있도록 한 대회 규정 덕분이다.

선발전을 진행한 마인드스포츠올림피아드 코리아 관계자는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120여 국가가 참여해 3주간 80여 종목에서 우승을 다투는 인기 대회"라며 "20년 넘게 매년 개최됐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규모를 축소해 비대면으로 열린다"고 전했다.

내달 영국 런던에서 온라인으로 개최되는 마인드 스포츠 올림피아드 체스 종목에 한국 대표로 선발된 오가이 아나스타시야(14) 양. [본인 제공]

아나스타시야 양의 국가대표 선발 소식은 국내 고려인들에게도 작은 화제가 됐다.

한국 고려인 단체 관계자도 "재능도, 실력도 있는 학생인 만큼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한다"며 "우승한다면 한국 사회에도, 국내 고려인들에게도 좋은 소식 아니겠냐"고 말했다.

아나스타시야 양은 한국대표팀 간 청백전 등을 거쳐서 약 한 달간 기량을 점검한 뒤 8월 중순부터 3주간 열리는 대회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카자흐스탄에 할머니와 언니 등 많은 가족과 친구들이 산다"며 "코로나19 탓에 왕래가 힘든데 고국에 기쁜 소식을 전해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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