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차분하게'…코로나19 속 국내 이주민 설맞이 풍경
'예년보다 차분하게'…코로나19 속 국내 이주민 설맞이 풍경
  • 이상서
  • 승인 2021.02.1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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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보다 차분하게'…코로나19 속 국내 이주민 설맞이 풍경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전처럼 많은 가족이 모이진 못하지만, 정을 나누고 한 해 동안 서로의 행운을 빌어주기는 해야죠."

설을 앞두고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에서 한복을 차려입고 세배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고려인 자녀들. [고려인지원단체 너머 제공]

11일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 맞이하는 설 연휴. 정부의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가 유지되고 코로나19 확산세도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국내 이주민들은 예년보다 차분하게 명절을 맞이하고 있다.

앞서 9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의 고려인마을 땟골에 있는 긴급돌봄센터에서는 고려인 어린이들이 한복을 차려입고 세배하는 법을 배우는 등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은 "세배도 처음이고 세뱃돈을 받는 것도 처음"이라며 "예쁜 한복도 마음에 들고 즐거운 경험을 했다"며 즐거워했다.

고려인 지원단체 '너머'의 김영숙 사무총장은 "올해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취지에서 차례 등 주요 행사를 생략하고, 참석인원을 최소화해 아동 대상 체험 활동 위주로 꾸려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간소하게 열었다"며 "세대 간 이해와 정을 느끼는 시간을 보내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국내 체류하는 무슬림들도 차분하게 설 연휴를 보내기로 했다.

2013년부터 서울에서 사는 파키스탄 출신 A(34) 씨는 "설이 이슬람권 명절은 아니지만 지방에서 흩어져 살던 친구들이 한데 모여 요리도 하고 회포를 푸는 기회였다"며 "올해는 각자 가정에서 식구와 단출하게 보내기로 정했다"고 말했다.

인천의 한 무슬림 마을에 사는 이란 출신 B 씨도 "예년이었다면 이슬람 성원에서 친지들을 데리고 모두 모여 음식도 나눠 먹고 했을 것"이라며 "올해는 성원도 폐쇄됐고, 사회 분위기에 발맞춰 각자 명절을 쇠기로 결정했다"고 귀띔했다.

무슬림 예배 중단 알린 서울중앙성원
[촬영 이상서]

최근 한국 이슬람교 총본산이자 전국 이슬람 성소를 총괄하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는 설 연휴 기간에 서울중앙성원 등 모든 이슬람 성원과 예배소를 전면 폐쇄하기로 했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구정과 함께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를 준비하는 중국동포들도 비슷한 분위기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중앙시장에서 일하는 C 씨는 "코로나19에다 불황까지 맞물려 일자리를 잃는 등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진 동포들이 많아졌다"며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제대로 설을 쇠기는 했으나 올해는 서러운 명절이 될 듯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하지 않았던 지난해 설 당시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빠지지 않아 평년 매출과 비슷했다"며 "올해는 유동 인구도 줄고 명절 분위기가 실종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 중국동포단체 관계자는 "구정이야말로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약재나 특산물 등 귀한 선물을 주고받으며 정을 나눴던 특별한 날이었다"며 "조만간 코로나19 백신이 나온다고 하니까 추석 때는 좀 나아지라 희망을 걸어 본다"고 말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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