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분위기 글쎄요" 코로나 본격 확산 후 첫 설 앞둔 대림시장
"명절 분위기 글쎄요" 코로나 본격 확산 후 첫 설 앞둔 대림시장
  • 이상서
  • 승인 2021.02.0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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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전하지만 그래도 명절"…기대와 한숨 교차

"명절 분위기 글쎄요" 코로나 본격 확산 후 첫 설 앞둔 대림시장

"코로나19 여전하지만 그래도 명절"…기대와 한숨 교차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당연히 예전만 못하죠. 그래도 한국과 중국의 최대 명절이 코앞인데 평소보단 낫지 않겠어요? 그동안 못 판 것까지 팔아야죠."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구정 전 마지막 주말인 5일 정오 서울 영등포구 대림중앙시장 모습.

서울 영등포구 대림중앙시장 입구에서 10년 넘게 식료품 상점을 운영하는 장종숙(66) 씨는 거리를 오가는 행인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가게 앞 좌판에 잠시라도 발걸음을 멈춘 행인이 보이면 얼른 나가 응대했다.

구정 전 마지막 주말인 5일 정오에 만난 장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해 최근 매상이 7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지만, 주변 식당보다는 나은 처지라고 위안하고 있다"며 "그래도 최근 들어서 전통주 세트 같은 명절 선물을 찾는 손님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이맘때만 해도 국내에서 춘절을 쇠는 중국인이나 중국동포가 많았는데 지금은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며 "여기 사람들에게는 2월이 최대 대목인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 맞이하는 구정과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를 준비하는 '서울 속의 중국' 대림시장 상인들은 기대감과 걱정이 교차했다.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고 이곳을 찾는 발길도 줄어든 상황이지만 '그래도 명절'이라는 희망을 버리지는 않았다.

월병과 꽈배기 등 중국식 군것질거리를 파는 가게를 운영하는 A(30대) 씨는 "지난해 이맘때가 그립다"며 "아이 손을 잡고 빵을 사 들고 가는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고 아쉬워 했다.

그는 "올해만큼 명절 분위기 안 나는 적도 없었다"면서도 "가게 문을 아예 닫을 순 없으니 오늘도 열심히 밀가루 반죽을 빚겠다"고 다짐했다.

상인들은 "예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사용품이나 고기 등을 사기 위해 모인 손님들로 조금이나마 시장이 활기를 찾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시장 내 마트와 인기가 많은 잡화점 등에는 계산대 앞에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한 건어물 가게에서 '연변 짝태'라고 써 붙인 북어포를 집어 든 김 모(49) 씨는 "이런 물건은 여기서만 살 수 있다"며 "불경기에 코로나19 사태도 걱정스럽지만 그래도 1년에 한 번뿐인 명절"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으로 오가는 항공권과 관광 상품 등을 파는 여행사는 근심이 더 크다.

작년 대림중앙시장 근처에 여행사를 연 B 씨는 "평상시라면 연초 비행기 티켓 구매를 묻는 전화가 하루 20∼30건이 걸려왔지만, 요즘에는 10명이 채 안 된다"며 "지난해 3월까지 중국행 항공권 수요가 급증한 뒤로 잠잠하다"라고 울상을 지었다.

양꼬치 식당을 운영하는 중국동포 C(50대) 씨는 "'올해만 버티면 좀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점심시간인데 식사하러 오는 손님이 없다"고 씁쓸해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구정 전 마지막 주말인 5일 정오 서울 영등포구 대림중앙시장 모습.

중국동포단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경기가 위축되고, 일자리를 잃는 이들도 늘어 동포사회에서는 지갑 열기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한국에 사는 중국동포는 지방 산업단지 등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 평소 식구가 모이기가 쉽지 않다"며 "가족의 행운을 기원하고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의미가 큰 춘절만큼이라도 회포를 푸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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