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민들 결사반대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내용 뭐길래?
홍콩시민들 결사반대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내용 뭐길래?
  • 안승섭
  • 승인 2019.06.12 16: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만 살인사건' 계기 범죄인 영외로 인도할 법적 장치 마련
야당·시민단체 "중국에 민주화 운동가 넘겨줄 빌미" 강력 반대

홍콩시민들 결사반대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내용 뭐길래?

'대만 살인사건' 계기 범죄인 영외로 인도할 법적 장치 마련

야당·시민단체 "중국에 민주화 운동가 넘겨줄 빌미" 강력 반대

홍콩 입법회 주변 '범죄인 인도 법안' 저지 시위대
(홍콩 AP=연합뉴스)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 심의가 예정된 12일 홍콩 의회인 입법회 주변에 시위대가 집결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이날 시위가 격화할 양상을 보이자 일단 법안 심의를 연기하기로 했다. leekm@yna.co.kr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9일 100만 명의 반대 시위에 이어 12일 다시 수만 명의 홍콩인이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거리 시위에 나서면서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홍콩 시민들의 격렬한 시위에 놀란 홍콩 입법회는 법안 2차 심사를 일단 연기하기로 했다.

홍콩 정부가 지난 4월부터 범죄인 인도 법안을 추진한 계기가 된 것은 지난해 2월 대만에서 일어난 한 살인사건이었다.

당시 홍콩인 찬퉁카이(20)가 대만에서 임신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망쳐온 사건이 발생했다. 홍콩은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영외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는다.

찬퉁카이에게 적용된 것은 여자친구의 돈을 훔쳤다는 절도와 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뿐이었고, 재판 결과 29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홍콩 정부는 찬퉁카이를 대만으로 인도하길 원했지만, 대만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아 이를 실행할 수 없었다.

이에 홍콩 정부는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정부는 찬퉁카이가 지난해부터 구속됐던 기간 등을 고려해 이르면 오는 10월 출소할 수 있다며, 7월 이전에 서둘러 범죄인 인도 법안을 홍콩 의회인 입법회에서 통과시켜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는 이에 강력하게 반대한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면서, 범죄인 인도 법안이 홍콩의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결정적으로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체포 영장도 없이 사람을 구금하거나 가택 연금하는 것이 다반사인 중국 사법 시스템을 신뢰할 수 없다며,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중국 정부가 온갖 혐의를 적용해 인권운동가를 중국으로 송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에 맞서 홍콩 정부는 범죄인 인도 법안의 대상이 살인, 밀수, 탈세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한정되고, 법 실행 결과의 의회 보고 등 인권을 보장할 충분할 장치를 마련했다며 조속한 법안 처리를 주장한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람(林鄭月娥) 행정장관과 친중파 의원들은 홍콩 사법체계의 '허점'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며, 홍콩의 미래 세대를 위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홍콩 시민들은 야당과 시민단체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며 9일에 이어 이날 거리로 쏟아져나와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홍콩 시민들의 이 같은 반응은 최근 수년간 홍콩 정부가 보여온 '반민주적 행태'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쌓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홍콩 정부는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홍콩민족당을 강제로 해산했다. 체제 전복이나 폭력 행위를 주창하지도 않은 정당이 단지 정책 노선의 문제로 해산되면서 홍콩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나아가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독립 성향을 가진 야당 후보의 피선거권을 잇달아 박탈해 민주주의의 근본인 선거 제도 자체를 부정한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친중파 의원과 홍콩변호사협회 등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범죄인 인도 법안의 대상에서 중국 본토를 제외하자는 수정안 등을 내놓았지만, 홍콩 정부는 이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지난 2015년 중국이 지정한 금서를 판매한 혐의로 중국으로 강제 연행돼 구금, 조사를 받은 출판업자 람윙키(林榮基)는 이러한 홍콩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며 범죄인 인도 법안을 피해 최근 대만으로 거처를 옮기기도 했다.

차이야오창(蔡耀昌)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 부주석은 "홍콩 시민들이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것은 이 법이 중국 중앙정부의 입맛에 따라 시행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며 "홍콩 시민들은 이 법안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