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 한국전통예술학과 개설 한인 3세 "민족혼 큰 배움터"
사할린 한국전통예술학과 개설 한인 3세 "민족혼 큰 배움터"
  • 왕길환
  • 승인 2020.12.0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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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율리야 학과장, 25년동안 한인 3∼4세 한민족정체성 회복 노력

사할린 한국전통예술학과 개설 한인 3세 "민족혼 큰 배움터"

신 율리야 학과장, 25년동안 한인 3∼4세 한민족정체성 회복 노력

한국전통예술학과 신 율리야 학과장
[새고려신문 제공,DB 및 재판매 금지]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사할린 에트노스예술학교 한국전통예술학과는 한인 3∼4세들의 자랑이고, 민족의 얼과 혼을 일깨워준 큰 배움터입니다."

개설 25주년을 맞는 한국전통예술학과 신 율리야 옌체로브나(45) 학과장이 4일 연합뉴스에 전한 소개의 말이다.

그러면서 "사할린주 내 여러 도시에 우리 학과 분교를 열어 더 많은 한인 후손이 우리 전통 예술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또 '에트노스'(민족) 식구의 꿈은 제대로 된 공연실을 갖춘 새 건물을 짓는 것이고, 다양한 악기와 교재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12월 현재 이 학과에서는 교사 15명이 140명의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은 한국 무용을 비롯해 한국 전통 악기인 가야금, 단소, 소금, 태평소, 타악기 등을 배우고 민요는 물론 한국 역사와 문화도 익힌다.

학과에는 '도라지', '아리랑', '개나리', '무궁화', '진달래' 등의 무용 공연단과 기악 앙상블이 있고, '별거리', '태양', '고려', '불꽃놀이' 등의 타악기 앙상블도 있다.

이들 앙상블은 사할린주와 각 도시, 러시아, 한국 등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참가해 많은 상을 받았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때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이듬해 제1회 러시아 극동지역 국제포럼과 제15회 러시아 민족문화대회에서 각각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이 앙상블 등의 활약으로 에트노스예술학교는 '러시아 연방 톱 50 예술학교'에 선정됐다.

이 학과는 지난달 20일 '시간의 반영'이라는 주제로 개설 25주년 기념 공연을 기획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내년 1월 15일로 연기했다. 이들 앙상블이 전통과 K-팝 등 현대를 조합한 공연을 기획하고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이 학과의 25년 역사는 신 학과장의 민족 정체성 회복을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그는 일제 강점기(1939∼1945년) 강제 징용으로 러시아 사할린 탄광에 끌려가 노역한 할아버지가 있는 3세다.

2011년부터 학과장을 맡은 그는 러시아 '공훈 교사' 칭호를 받았다.

26년 전 사할린음악전문학교 4학년 재학생이던 그는 에트노스예술학교에서 버튼식 건반 아코디언(바얀) 교사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1995년 졸업 후 학교 내 한국전통예술학과(당시 한민족학과)가 개설됐고, 초대 학과장 김순남 선생의 제안으로 교사가 됐다.

"아무 기반이 없었어요. 가야금, 무용 의상 등을 찾느라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모릅니다. 강사와 교사를 모으는 것도 힘든 일이었죠. 그때 북한의 박정남·리수복 부부를 초빙한 것은 성과였습니다."

바얀 교사였던 그는 이 부부가 연주하는 가야금의 매력에 빠졌고, 일대일 교육으로 가야금을 배웠다. 아예 북한을 방문해 2개월 동안 연수를 받기도 했다. 그곳에서 북한의 무용도 접했다.

2002년 북한에서 강사 4명(두 부부)을 초빙해 무용과 가야금, 보컬을 보강했고, 학과는 안정적으로 성장했다.

북한 전통예술을 접하던 신 율리야 교사에게 2005년 서울예술대 교수들의 첫 방문은 충격이었다. 남북한 예술이 다르다는 것에 놀랐던 것이다.

"남한 전통음악을 접하기 위해 5일간의 연수를 받았어요. 그때 처음으로 남한 가야금을 연주했는데, 북한과는 영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민족 전통이 담긴 음악을 배우고 싶어졌죠."

그는 2007년부터 2년간 서울예술대 대학원에서 가야금을 전공하면서 장구와 북 등 전통 타악기도 연마했다.

사할린에 돌아간 후 그는 북한의 기술과 남한의 연출법을 통합하는 작업을 했고, 이후 그가 지도한 가야금 앙상블은 여러 경연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신 학과장은 "그동안의 성취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고, 개발하고, 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최근 'K-팝 보컬팀'을 개설했다"고 말했다.

가야금 연주하는 신 율리야 학과장
[세고려신문 제공, DB 및 재배포 금지]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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