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청소년, 집단 괴롭힘 당해도 도움 청할 곳 없어 '끙끙'
다문화 청소년, 집단 괴롭힘 당해도 도움 청할 곳 없어 '끙끙'
  • 이상서
  • 승인 2020.08.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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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다문화 청소년 심리 조사…외부 상담 창구 마련 시급

다문화 청소년, 집단 괴롭힘 당해도 도움 청할 곳 없어 '끙끙'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다문화 청소년 심리 조사…외부 상담 창구 마련 시급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다문화 가정 고교생 10명 중 7명은 집단 괴롭힘을 당해도 외부에 도움을 청할 곳이 없어 홀로 냉가슴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집단 괴롭힘 피해 경험이 다문화 청소년의 심리와 사회 적응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보고서를 27일 발표했다.

2018년 당시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다문화 청소년 1천1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0.4%가 '(집단 괴롭힘을 당해도) 학교 밖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어른이 없다'고 응답했다.

연구원은 이들이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5년에도 동일한 설문을 했는데, 당시 64.6%가 같은 답변을 했다고 전했다. 상급 학교로 진학하면서 외부에 도움을 청하는 경우가 5.8%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다문화 학생들이 교내에서 도움의 손길을 찾는 일은 학교 바깥 상황보다는 다소 양호했다.

'학교 안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어른이 없다'고 답한 중학교 2학년생과 고교 2년생은 각각 47.2%, 40.1%로 나타났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다문화 학생 10명 중 4명 이상은 학교 폭력이나 집단 괴롭힘 등을 겪었더라도 교사나 교내 상담사 등에게 털어놓지 못했던 것이다.

연구진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어른이 없다고 밝힌 이들은 반대의 집단보다 삶의 만족도와 신체 만족도는 낮은 반면 우울감과 사회적 위축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의 유무가 다문화 청소년의 심리 건강 상태와 사회 적응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학교 안팎에 상담할 수 있는 어른이 있다고 밝힌 다문화 청소년의 삶 만족도와 신체 만족도는 그렇지 않다고 한 학생보다 높게 나왔다. 특히 다문화 중학생 중 '학교에 도움을 요청할 수 어른이 있다'고 답한 이들의 삶 만족도는 4점 만점에 3.26점으로 그렇지 못한 이들보다 0.22점 높았다.

반면에 우울감을 측정하는 지표에서는, 조력자가 없다고 밝힌 다문화 학생들이 조력자가 있다고 답한 이들에 비해 0.1점 이상 높게 나왔다.

양계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7일 "다문화 학생들이 학교 바깥에 있는 지역 사회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매우 약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학교 측이 주변 다문화 청소년 센터 등 관련 기관과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매년 발간하는 '다문화 청소년 종단연구' 최신판에 실렸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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