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 한계점 넘은 외국인 보호소…"코로나19 집단감염 우려도"
수용 한계점 넘은 외국인 보호소…"코로나19 집단감염 우려도"
  • 이상서
  • 승인 2020.08.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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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 한계점 넘은 외국인 보호소…"코로나19 집단감염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전국 외국인 보호소의 수용 인원이 사실상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며 보호소 내 집단 감염 위험도 제기된다.

경기도 화성 외국인보호소 전경
[촬영 이상서]

21일 시민단체 '아시아의친구들'은 법무부를 상대로 낸 정보 공개 창구를 활용해 법무부 산하의 전국 외국인 보호소 현황을 분석한 결과, 수용 인원이 한계 정원을 초과했다고 밝혔다.

외국인 보호소는 체류 기간이 지났거나 국내법 등을 위반해 강제 퇴거 대상에 오른 외국인이 본국으로 출국하기 전까지 머무는 임시 시설이다.

3일 기준으로 경기 화성·충북 청주 외국인 보호소와 전남 여수 출입국·외국인 사무소에 머무는 외국인은 760명에 이른다. 이는 직전 조사 시기인 6월(706명)과 비교해 7.7% 증가한 수치이자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인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직전인 3월 이전까지만 해도 수용 인원이 300명대 수준에 머물렀던 것을 고려하면 두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시설 별로 보면 화성 보호소가 6월 345명에서 8월 3일 현재 406명으로, 청주 보호소가 183명에서 200명으로 각각 17.7%, 9.3%씩 늘었다. 다만 여수 사무소는 178명에서 154명으로 13.5% 줄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보호소 수용인원이 꾸준히 쌓이는 데다, 최근 들어 법무부가 불법 취업한 외국인이나 불법 체류자를 적극 단속한 것이 주요 증가 원인으로 풀이된다.

아시아의친구들 관계자는 "수용된 기간이 1개월 미만인 외국인은 총 494명으로 6월(321명)보다 약 54%(173명) 불어났다"며 "최근 법무부가 일부 업종에서 미등록 이주 노동자 단속을 시작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실제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지난달 중순 서울 시내 배달대행업체를 집중 단속해 불법 취업한 외국인 166명을 적발한 바 있다.

보호소 직원들도 일손 부족을 호소한다.

국내 최대 규모를 갖춘 화성 보호소 관계자는 2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출국 의사를 밝힌 외국인도 항공편을 구하지 못해 불만이 커진 상태"라며 "이들의 고충을 들어줘야 하는 직원의 업무도 가중되면서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다른 지역 출입국·외국인청(사무소)에서 보호 중이던 외국인까지 받아들이면서 수용 인원이 크게 늘었다"며 "이 때문에 지난달 말부터 인천·김포국제공항 등으로부터 관련 업무 종사자 20명을 지원받았고,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보호실을 개방해 쓰고 있다"고 전했다.

청주 보호소 관계자도 "명시된 수용 정원은 따로 없지만 일반적으로 170∼180명 정도면 꽉 들어찬 것으로 본다"며 "현재 200명을 수용하고 있으니까 인원 초과는 맞다"고 밝혔다.

이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외국인은 퇴소하지 못하고, 신규 입소 인원은 늘어만 가는 상태"라며 "방역과 인원 관리 등 업무가 늘었다"고 덧붙였다.

전국 외국인 보호소 수용인원 현황(단위:명)
[자료:법무부 제공]

문제는 밀폐된 공간에서 인구 밀도가 높아지다 보니 코로나19의 감염 위험도 커진다는 사실이다.

이재갑 한림대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보호소나 구치소와 같이 갇혀있는 공간에서 코로나19의 확산 위험성은 일반 시설보다 훨씬 높다"며 "한두 명의 확진자가 생겨도 피할 수 없는 노릇이니 대량 집단 감염의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평소보다 더 자주 발열 체크를 실시하고 입소자들에게 항상 마스크를 쓰도록 하는 기본 수칙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1인 1실 생활에 식기와 세면도구 등 개인 물품을 사용하도록 하고, 늘어난 인원만큼 시설을 추가로 마련해 인구 밀도를 낮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여러 이주 인권 단체는 외부에 비해 의료 시설이 열악하고 다수가 구금된 외국인 보호소의 코로나19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김대권 아시아의친구들 대표는 "자진 출국을 유도하는 정도의 일반적인 대책이 통하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볼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며 "불법 체류 기간이 짧거나 단순 경범죄를 저지른 외국인 등에 한해 체류를 인정하거나 사면해 적체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가 단기간에 끝날 문제가 아닌 만큼 고용허가제 개정이나 수용 시설 확충 등 근본적인 대책도 꾸려야 한다"며 "다만 시설을 늘리는 방안은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부 관계자는 "출국할 수 있는 항공기 증편을 요청해 놨지만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불법 체류 외국인을 단속하는 빈도가 느는 추세라 당분간 입소 인원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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