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출신 다문화강사 "한국에 정착해 기여하고파"
파키스탄 출신 다문화강사 "한국에 정착해 기여하고파"
  • 이상서
  • 승인 2020.07.29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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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대 한국어교육학 박사과정 수료한 다문화 강사 아만 울라 씨

파키스탄 출신 다문화강사 "한국에 정착해 기여하고파"

상명대 한국어교육학 박사과정 수료한 다문화 강사 아만 울라 씨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외국인에게 한복을 입히고 경복궁을 데려가는 동화주의는 이미 오래된 사회 통합 교육 방식입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다문화 정책은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상호 교류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무부 외국인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아만 울라 씨
[본인 제공]

2013년 2월 서강대에 입학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은 파키스탄 출신 아만 울라(33) 씨를 소개할 수 있는 직업은 여러 개다.

현재 법무부 외국인 자문위원이자 법무법인 금성에서 외국인 이민센터 대리로 일하고 있으며 6년째 다문화 강사로 활동 중이다. 중앙일간지에 정기적으로 에세이를 연재하는 기고가이기도 하며, 한국어 학습 서적을 펴낸 작가이기도 하다.

올해 초에는 '외국인 학생을 위한 한국어 교육 과정 개발'이란 논문으로 상명대 한국어교육학 박사과정을 수료하며 직함을 하나 더 추가했다.

10년 넘게 파키스탄과 한국을 오가며 한국학 공부를 이어온 덕에 발음과 어휘력 모두 한국인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능숙하게 구사했다.

그는 2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습득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에 처음 오는 외국인을 보면 과거의 제가 떠올라요. 2000년대만 해도 모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도 별로 없었고, K팝도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한국 인식이 거의 백지상태였거든요. 입국하고 나서는 문화 차이도 크고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아 고생했던 일이 많았죠."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08년 한국에서 외국인 근로자로 일한 경험이 있던 친구의 가족을 만나면서부터다.

지인이 겪었던 한국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5천km나 떨어진 미지의 나라가 궁금해졌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당시 모국에서 한국학 전공이 있는 곳은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대학교 뿐이었다.

서울과 부산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지역이었으나 망설임 없이 입학 원서를 냈다.

그는 "당시 부모님이 '한국어를 배워서 어디에 쓰려고 하느냐'고 말릴 정도로 인식이 희박했다"며 "최근 파키스탄에도 건설회사 등 한국 기업이 진출했고, 한국 대중문화도 유행인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라고 말했다.

모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다문화 이해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공부'라는 확신이 들었다.

예전처럼 한쪽 문화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양쪽 문화를 존중하면서 함께 알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서로 아는 것이 많아야 오해도, 미움도 사라진다"며 "게다가 배움은 나눌수록 커지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밥 한번 먹자는 인사를 많이 받았어요. 기다렸는데 아무도 식사 약속을 잡지 않는 거예요. '속은 건가' 싶은 마음에 실망했는데 과거에 끼니를 챙기기 힘든 시절에 내려오던 관습이라는 사실을 알고 오해를 풀었죠. 반대로 술 한 잔 먹자고 할 때 제가 종교적인 이유로 거절을 하면 서운해하는 한국인도 있어요. 두 해프닝 모두 문화 이해가 부족해서 생긴 거죠."

한국에서의 생활은 가르치고 배우는 일의 연속이었다.

2015년부터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를 다니면서 모국의 문화와 영어 등을 가르치는 다문화 강사로 일하고, 2017년에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를 펴냈다.

주말에는 장기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 등을 교육하는 법무부 주관 사회통합프로그램(KIIP)에서 멘토로 활동한다.

강의 요청이 들어오면 섬이고 산간 지역이고 마다하지 않고 찾았다.

법무부 외국인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아만 울라 씨
[본인 제공]

그는 "가치 있는 일은 돈벌이가 안 돼도 상관없다"며 "내가 배운 지식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수업이 끝나고 한 학생이 오더니 '나도 나중에 한국에 사는 외국인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며 "그때만큼 뿌듯한 적이 없었다"고 기억했다.

최근에 그가 배워야 할 분야가 또 생겼다.

2016년 결혼한 파키스탄 출신 아내와 결혼한 뒤 4년여 만에 연년생 아빠가 된 것.

그는 "연년생을 키우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다"며 "오랫동안 다문화 강사로 일하면서 네식구와 한국에 정착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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