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해외유입 코로나19 확진 급증…임시생활시설 포화상태
[르포] 해외유입 코로나19 확진 급증…임시생활시설 포화상태
  • 이상서
  • 승인 2020.07.27 0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르포] 해외유입 코로나19 확진 급증…임시생활시설 포화상태

(김포·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말 시키지 마세요. 바쁩니다. 바빠. 정신 없어요."

강한 비가 내린 22일 오전 7시께 경기도 김포의 해외 입국자 임시 생활 시설로 지정된 한 호텔에서 만난 근무자 A씨는 이달 들어 업무량이 갑절로 늘었다고 털어놨다.

공항에 입국한 외국인과 일부 한국인을 호텔로 실어 나르는 전세버스가 하루에만 10대에 이르는 데다 생활필수품이나 음식도 이전보다 빨리 동이 나 수시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800여개의 객실이 95% 이상 찼다"며 "수용 인원이 지금보다 더 많아지면 감당하기가 힘들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출입문 폐쇄'
지난 22일 오전 임시 생활 시설로 지정된 김포 한 호텔 정문에 폐쇄를 알리는 안내문이 써붙여졌다. [촬영 이상서]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해외유입 사례가 크게 늘면서 임시 생활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

임시 생활 시설은 코로나19 증상이 없는 해외 입국자가 진단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대기하거나 단기 체류 외국인을 14일간 격리하기 위해 마련된 숙박 시설이다.

보건복지부 등 6개 정부기관과 관할 지자체,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등으로 구성된 합동지원단은 민간 호텔 위주로 전국에 총 8곳의 임시 생활 시설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2주간 확진 판정을 받은 635명 중 60%인 381명은 해외 유입으로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입국자가 늘고, 이에 따른 확진자도 동반 상승하면서 분주해진 곳은 임시 생활 시설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이달 중순 기준으로 전체 임시 생활 시설 3천22실에 2천602명이 입소해 86.1%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김포의 또다른 임시 생활 시설로 쓰이고 있는 호텔 사정도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 소속의 한 현장 관계자는 "약 480실이 정원인데 80% 넘게 찼다"며 "4월만 해도 50% 전후였지만 최근 들어 급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일정대로라면 현업으로 복귀했겠지만 일이 늘면서 다소 늦춰졌다"며 "벌써 두 달 가까이 집에 못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호텔에서 약 100m 떨어진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곽모(41) 씨는 "갑자기 이 주변에 전세 버스 여러 대가 오가고 경찰 버스도 계속 주차 됐길래 무슨 일인가 싶었다"며 "시청이나 호텔에서 아무런 공지도 없었고 써 붙여진 안내문도 없어서 외국인이 격리된 숙소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격리자가 늘면서 난처한 상황도 생긴다.

이날 오전 9시께 지인의 부탁으로 김포의 한 시설 지정 호텔을 찾은 이모(62) 씨는 "이걸 어찌하냐"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오후 3시 강원도 속초에서 열리는 장례식에 참석할 고인의 동생이자 지인의 아들인 김모(34) 씨를 데리러 왔으나 아직 김 씨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누나의 부고 소식을 들은 김 씨가 어제(21일) 미국에서 급히 귀국해 이곳에 입소했으나 인원이 급증한 탓에 검사를 제시간에 받지 못해 호텔을 떠날 수 없다고 하더라"며 "오후 4시에나 퇴소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장례식을 미룰 수는 없는 노릇이고 난감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설 관계자는 "하루에 3번으로 검사 횟수를 늘렸지만 격리자가 늘어 어쩔 수 없다"며 "사정은 안타깝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원칙대로 음성 판정이 나와야 퇴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14일 간 격리를 위해
지난 22일 오전 임시 생활 시설로 지정된 김포 한 호텔 출입구에 설치된 간이 코로나19 검사장 [촬영 이상서]

인원이 가파르게 증가하자 더 넉넉한 지점으로 임시 생활 시설을 옮기는 경우도 있다.

지난 4월부터 주로 귀국한 내국인의 격리 시설로 활용됐던 서울 중구의 한 호텔은 이달 말 퇴소 예정인 10여명을 내보낸 뒤 시설 운영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호텔 관계자는 "(좀더 수용 인원이 많은) 서울의 또 다른 지점 두 곳을 임시 생활 시설로 이용하기로 결정해 운영하고 있다"라며 "두 지점 모두 벌써 수용률 90%를 넘겼다"고 전했다.

중수본은 지난 14일 해외 유입 확진자가 연일 늘어나자 "임시 생활 시설이 부족하지 않도록 계속 확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shlamazel@yna.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