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하늘길 막히자…'콩나물시루' 외국인 보호소
코로나19로 하늘길 막히자…'콩나물시루' 외국인 보호소
  • 이상서
  • 승인 2020.06.17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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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하늘길 막히자…'콩나물시루' 외국인 보호소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국내법 등을 위반해 강제 퇴거 대상에 오른 외국인이 본국으로 출국하기 전까지 머무는 시설인 전국 외국인 보호소의 수용 인원이 사실상 한계치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 청주 외국인 보호소
[법무부 청주 외국인 보호소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시민단체 '아시아의친구들'은 법무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를 활용해 전국 외국인 보호소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두달 사이 수용인원이 곱절 가까이 늘었다고 17일 밝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보호소 수용인원이 계속 적체되고 있는 게 원인으로 보인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5월 기준으로 경기 화성·충북 청주 외국인 보호소와 전남 여수 출입국·외국인 사무소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은 720명으로 3월(389명)보다 무려 85.1% 증가했다.

시설 별로 보면 화성 보호소가 191명에서 387명으로, 청주 보호소가 99명에서 198명으로 각각 두배씩 늘었고, 여수 사무소가 99명에서 135명으로 30여명 불어났다.

한 외국인 보호소 관계자는 1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집계 당시인) 5월보다 훨씬 많아졌다"며 "이대로라면 조만간 수용 인원이 한계치에 다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달 수용된 기간이 1∼3개월인 외국인은 222명으로, 37명에 불과했던 3월에 비해 600% 증가했다.

3∼6개월 수용된 외국인도 같은 기간 9명에서 17명으로 두배 정도 늘었다.

반면 강제 퇴거 된 외국인은 434명에서 282명으로 감소했다.

외국인 보호소별 보호 외국인 수 변화

연령대로 나눴을 때 미성년 수용자는 같은 기간 1명에서 9명으로 급증했다. 20대 수용자도 같은 기간 131명에서 236명으로 증가했다.

'아시아의친구들' 측은 "미성년 아동이 구금됐을 때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악영향은 성인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며 "이들의 구금 사례가 늘어났다는 것은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난민 신청을 이유로 3개월 이상 장기 수용된 외국인은 15명에서 10명으로 줄었다.

그렇지만 여권 미소지를 이유로 보호 중인 외국인은 28명에서 41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청주 보호소의 경우, 4명에서 30명으로 크게 늘었다.

법무부 측은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태국, 베트남, 몽골 등 여러 나라의 출국 항공편이 중단되거나 축소되며 퇴거 집행 빈도가 감소했다"고 전했다.

김대권 아시아의친구들 대표는 "외국인 보호소는 말 그대로 강제 출국 대상자가 '대기하는 곳'인데 코로나19로 수용 기간이 늘고 면회도 제한되고 있다"며 "수용 능력이 한계에 다다르며 콩나물시루 같은 보호소가 생기는 만큼, 마냥 가둬놓기보다는 자진 출국하는 것을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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