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못보면 끝"…한국어능력시험 앞둔 외국인 '노심초사'
"이번에 못보면 끝"…한국어능력시험 앞둔 외국인 '노심초사'
  • 이상서
  • 승인 2020.06.16 15: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번에 못보면 끝"…한국어능력시험 앞둔 외국인 '노심초사'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벌써 두번이나 취소됐어요. 이번엔 볼 수 있겠죠?"

사우디아라비아인 안나 알우피(32) 씨는 지난해 10월 한국에 입국해 서울의 한 대학교 국제 관계학 박사 과정 입학을 준비 중이다.

그는 "입학하려면 일정 수준의 한국어능력시험(TOPIK) 점수가 필수인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험이 잇달아 취소됐다"며 "다음 달이 마지막 기회라 불안한 마음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코로나19 확산 중 치러진 한 고사장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사실상 올해 처음 치러지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을 앞두고 응시자들이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외 동포와 외국인, 이주민 등이 국내 대학 입학과 졸업이나 취업 시 활용되는 시험인 만큼, 하반기에 졸업이나 구직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7월 11∼12일 치러지는 70회차 시험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한국어능력시험 주관사인 교육부 국립국제교육원에 따르면 1월 한국에서 실시된 68회 이후로 시험은 중단된 상태다.

4월로 예정된 69회차 시험이 5월로 연기됐으나, 코로나19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자 시행 열흘을 앞두고 취소하기로 결정됐다.

당시 한국 등 63개국에서 시험이 취소된 가운데 유일하게 대만에서만 예정대로 실시됐다.

지난 5월 대만에서 치러진 한국어능력시험 모습
[촬영 김철문]

대다수 유학생은 하반기 취업이나 학사 일정에 맞춰 한국어능력시험 성적을 제출해야 하는 만큼 7월 시험에 올인한다는 각오다.

15일 연세대 어학당 근처에서 만난 중국인 유학생 이모(23) 씨는 "1월 한국어능력시험에서 5급을 받아 입학했다"며 "등급을 좀 더 올릴 필요가 있어 계속 준비했는데 이후로 응시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졸업을 앞둔 유학생 친구들 대부분이 노심초사하며 스터디 그룹을 짜서 다음 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시험을 앞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다음 달 응시자가 있느냐', '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느냐' 등 한국어능력시험을 함께 공부할 인원을 구하거나 노하우 등을 묻는 외국인들의 포스팅이 이어지기도 했다.

구직자도 마음이 급하다.

일본인 유학생 A(25)씨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시험을 봐야 한다"며 "한국 정보통신(IT) 기업 입사가 목표인데 이번에 최소 4급 이상을 받아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학원가는 수험생을 맞이하느라 분주하다.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에 있는 한 토픽 학원 관계자는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줄면서 토픽 시험 응시 문의도 함께 감소했으나 최근 다시 늘고 있다"며 "일대일 과외 방식으로 한달간 핵심만 가르치는 단기 속성반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국립국제교육원은 행여나 코로나19가 재확산 돼 연기가 되진 않을까, 수험생 중 확진자가 나오진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국립국제교육원 감염 관리 총괄 담당자는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자가 격리자 명단을 확보하고, 유증상자를 위한 특별 시험실을 만들 예정"이라며 "시험에 앞서 응시자에게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고 발열이나 호흡기 이상 증상이 있다면 시험장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보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내국인보다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고사장 출입 절차 강화를 강화하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립국제교육원에 따르면 이번 시험 응시자는 작년 대비 20% 감소한 3만여명이다.

2018년 한국어능력시험 채점위원으로 일했던 김모(37) 씨는 "유일무이한 공식 한국어 시험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이민자나 유학생 입장에서는 중요도가 크다"라며 "한국에 머물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짓는 시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shlamazel@yna.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