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한식 '넘버원'"…한류 체험한 외국인 반응 유튜브 '인기'
"K팝·한식 '넘버원'"…한류 체험한 외국인 반응 유튜브 '인기'
  • 이상서
  • 승인 2020.06.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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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한식 '넘버원'"…한류 체험한 외국인 반응 유튜브 '인기'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인천의 한 4년제 대학교에서 유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김모(37·서울 영등포구) 씨는 최근 즐겨 찾는 유튜브 채널이 생겼다. 한국 대중 문화나 일상을 본 외국인이 감탄하거나 환호하는 모습을 담은 콘텐츠가 그것이다.

김 씨는 "K팝과 영화 기생충 등 최근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이를 바라보는 바다 건너 시선도 궁금했던 차에 접하게 됐다"며 "특히 대중 문화의 본토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인이 감탄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그는 "겨울철 지하철 좌석에 들어오는 난방 기능처럼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을 외국인이 칭찬하면 '내가 살기 좋은 환경에 있구나'라는 생각도 든다"고 설명했다.

해외 유명 외국인 반응 사이트 [유튜브 캡처]

◇ 남들이 보는 우리 모습은 어떨까…인기 끄는 리액션 장르

최근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국의 대중 문화나 음식, 일상 생활 등을 접한 외국인의 반응을 담은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12일 현재 '콩국수 처음 맛본 외국인의 감탄', '한국 미남 배우 본 해외 반응' 등 게시된 관련영상은 이달에만 500∼600개에 이른다.

구독자 10만명 이상을 확보한 채널도 5곳이 넘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개막이 밀린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MLB) 대신 주목을 받고 있는 KBO리그 관련 영상이 대세로 자리 잡기도 했다.

미국과는 사뭇 다른 적극적인 응원 문화나 배트 플립(홈런 등을 친 뒤 배트를 던지는 세리머니) 등을 본 해외 야구팬의 반응을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들은 '외국인 반응'이 3∼4년 전부터 유행 조짐을 보였지만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은 최근이라고 분석한다.

유명 외국인 반응 사이트의 한 영상. [유튜브 캡처]

2017년 초부터 유튜브 채널 코리안브로스에서 외국인 반응을 주제로 한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박경범(32) PD는 1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2월 게시한 '가수 박효신 씨의 가창력을 접한 독일, 브라질, 우크라이나인' 영상이 조회수 300만회를 넘기면서 대박을 냈다"라며 "이를 기점으로 점차 해당 장르가 대중적인 인지도를 굳히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박 PD는 "최근 들어 경쟁 채널도 많아지고 비슷한 영상도 쏟아지면서 기존 콘셉트는 이미 포화 상태라 본다"며 "10대만 쓰는 줄임말이나 인터넷 언어를 들은 외국인 반응 등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방인의 시선이라는 대주제로 생산할 수 있는 영상은 무궁무진 하다"고 전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외국인 반응 영상
[유튜브 캡처]

◇ "개까지 비교해야 하나"…유사 영상 난립에 비판도

이처럼 비슷한 영상이 난립하면서 피로감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직장인 장모(36) 씨는 "해외 스타가 한식을 먹고 칭찬하는 영상을 보면서 타인의 시선이 그렇게 중요한가 싶기도 하다"라며 "이방인의 평가를 떠나서 내가 맛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지난 3월 한 유튜버가 '일본 개보다 나은 진돗개를 본 외국인'이라는 영상을 올리자 일부 구독자들은 "개까지 일본과 비교해야 하냐"며 "반려견까지 '국뽕'에 빠져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댓글을 잇달아 달리기도 했다.

국뽕은 국가와 필로폰을 합친 조어로, 국가와 민족 중심 사고에 냉정을 잃고 자국을 최고로 여기는 자아도취 상태를 의미한다.

제작자들도 이런 여론을 체감한다.

외주 제작 업체에서 일하는 김진태(가명·36) PD는 "사실 '국뽕' 콘텐츠가 반응이 뜨겁고 즉각적"이라며 "피로감을 호소하는 구독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으며 콘텐츠에 깊이감을 더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PD는 "다만 '리액션'(reaction) 장르는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다"며 "타인의 시선에 호기심을 갖는 것은 인간의 본능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인 소셜 블레이드에 따르면 브라질, 미국, 파키스탄 등 세계 각지에서 외국인 반응을 주제로 운영되는 유튜브 채널 10여곳 가운데 200만 구독자를 보유하는 채널은 3곳이고, 1천만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도 2곳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한류가 세계 주류 무대에 진출한 것과 맞물려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잡은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이 빌보드차트를 휩쓸고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르는 등 우리 문화가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이를 본 외국인의 평가에도 호기심이 생긴 것"이라며 "유튜브상에서는 클릭수가 수익으로 직결되다 보니 유사 영상이 범람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원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해외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늘 있었고, 과거부터 이어져 온 민족주의적인 시각의 또 다른 모습"이라며 "20세기 이전에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으로 국가가 이를 유도했다면 요즘에는 일반인들이 주도하는 경향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자신감의 최정점은 결국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무관심해지는 것"이라며 "열등감에서 인정으로, 그리고 자기 완성 등 성숙함으로 나아가는 일종의 성장 과정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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