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에 6∼7명 다닥다닥"…집단감염 불안한 이주민 쉼터
"한 방에 6∼7명 다닥다닥"…집단감염 불안한 이주민 쉼터
  • 윤우성
  • 승인 2020.06.1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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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밀' 환경에 감염 취약…현황 파악·방역 관리도 안 돼
일감 끊긴 일용직 노동자들, 달리 갈 곳 없어 '한숨'

"한 방에 6∼7명 다닥다닥"…집단감염 불안한 이주민 쉼터

'3밀' 환경에 감염 취약…현황 파악·방역 관리도 안 돼

일감 끊긴 일용직 노동자들, 달리 갈 곳 없어 '한숨'

중국동포교회 앞 선별진료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윤우성 기자 =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중국동포교회 이주민 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나오자 다른 이주민 쉼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주민 쉼터는 막 입국해 갈 곳이 없는 중국동포들이 임시로 생활하며 정착을 준비하는 곳으로, 교회나 시민단체가 주로 운영한다. 그러나 한 공간에 여러 사람이 모여 지내는 데다 당국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곳도 아니어서 방역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구로구에 따르면 지난 8일까지 9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중국동포교회에서는 중국동포 이주민 34명이 100여㎡(약 30평)짜리 방 2칸에 남녀로 나뉘어 생활해 왔다. 감염병 확산에 최적 조건으로 꼽히는 이른바 '3밀'(밀폐·밀집·밀접) 환경이 갖춰진 상태였다.

문제는 다른 이주민 쉼터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동포교회 인근 A쉼터에는 이주민 50여명이 30여㎡(약 10평) 규모의 방 8개에 나눠 살고 있었다. 좁은 방에 6∼7명이 함께 지내는 꼴이라 확진자가 1명만 나와도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영등포구 대림동의 B쉼터 관계자 역시 "우리 쉼터는 30∼40평 공간에 많게는 20명 정도가 지내던 적도 있다"며 "지금은 3명만 살고 있어서 상황이 낫지만 다른 쉼터들은 중국동포교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정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이주민 쉼터
[쉼터 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집단감염의 우려가 크지만, 쉼터를 당장 폐쇄하기도 어렵다. 이런 쉼터를 떠나면 이주민들이 당장 지낼 곳이 없기 때문이다. 쉼터 거주민 대부분이 일용직 노동자여서 코로나19 이후 일감이 끊긴 경우가 많고 거처를 따로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A쉼터 관계자는 "쉼터에는 살 곳이 없는 동포들이 임시로 머무는데 비용도 적게 들고 외롭지도 않아 한번 들어오면 잘 나가지 않게 된다"며 이들에게는 쉼터가 사회적 안전망과 같다고 했다.

쉼터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방역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점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당장 서울에 이런 이주민 쉼터가 몇 개나 있는지 당국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시에서 보조금을 지원하는 쉼터 4곳 외에는 쉼터 현황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중국동포가 많은 영등포구는 이번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후에야 관내 이주민 쉼터 현황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런 집단 거주시설에 대한 방역당국의 지침도 없다. 지난달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내놓은 '생활 속 거리두기' 세부 지침에 집단 거주시설 관련 지침은 포함되지 않았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주자들도 한국에 거주하는 이상 코로나19 감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집단 거주시설에 대한 방역수칙을 지침에 반영하고 이것이 잘 지켜지도록 적극적인 홍보와 지원책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65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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