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저자 "美인종차별 갈수록 심화"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저자 "美인종차별 갈수록 심화"
  • 이상서
  • 승인 2020.06.10 0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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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열(미국명 임마뉴엘 페스트 라이쉬) 아시아 인스티튜트 이사장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저자 "美인종차별 갈수록 심화"

이만열(미국명 임마뉴엘 페스트 라이쉬) 아시아 인스티튜트 이사장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울고 싶은 아이 뺨 때려준 격이랄까요? 이번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그동안 미국 사회에서 쌓였던 여러 갈등이 폭발하게 된 촉매제였다고 생각합니다."

4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 선언을 해 화제를 모았고, 국내에서는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의 저자로 알려진 이만열(57·미국명 임마뉴엘 페스트라이쉬) 아시아 인스티튜트 이사장은 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며 미국의 인종 차별 강도는 더 심해졌다"라며 "경제 위기 속에서 심화한 흑백 갈등은 곪을 대로 곪았고, 이번 사건으로 임계점을 넘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만열(미국명 임마뉴엘 페스트라이쉬) 아시아 인스티튜트 이사장
[아시아인스티튜트]

이 이사장은 1987년 미국 예일대에서 중국 문학을 전공했고, 1992년 일본 도쿄(東京) 대학에서 비교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8년 하버드대에서는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과 본격적인 인연을 한 것은 1995년이다. 서울대에서 고전 문학을 공부하며 1997년 한국인 여성과 결혼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을 무대로 많은 연구를 펼쳤지만 가장 오랜 시간에 걸쳐 애정을 쏟은 곳은 한국이라고 강조한다. 한국 국적도 취득해 10여년째 서울과 대전을 오가며 살고 있고, 한국에서 태어난 아들과 딸을 국내 초등학교에 보내기도 했다.

모국을 떠나 있지만 최근 그의 관심은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쏠려 있었다.

그는 최근 미국 곳곳에서 경찰 폭력과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항의 시위가 열리는 양상을 두고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다"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 정부 이후 인종 갈등 구도는 더 심해졌습니다. 장기적인 경제 불황은 빈부 격차를 더 벌어지도록 야기했고요.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이런 피부색과 소득에 따른 오랜 차별로 억눌려 있던 것을 폭발하게 만들었습니다."

2월 워싱턴포스트(WP)가 '세계 부와 소득 데이터베이스'(WID) 통계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에서 최상위 1%가 나라 전체 부(富)의 38.6%를 차지했지만 하위 50%는 오히려 적자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초반보다 계층 간에 소득 격차가 더 벌어진 결과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은 최상위 1%가 전체 부의 25%를 차지하고 하위 50%가 1.8%를 갖고 있다는 것과 비교했을 때도 심각한 상태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 폭력적인 양상으로 번지는 모습에는 냉정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목숨을 잃은 플로이드와 그의 가족과 친구를 위해 슬퍼해야 한다"면서도 "정부가 과잉 진압 명령을 내릴 수 있게끔 명분을 주는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하자는 의미다.

"미국 행정부가 폭동을 조장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폭력성을 부추기는 면도 보입니다. 행정력을 강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구실을 유도하고, 이는 결국 정부 권한을 강화하는 것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죠. 시위에 나선 이들이 폭력적인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자각해야 본질이 훼손되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트위터에 시위대를 '폭력배'로 규정하면서 "약탈이 시작될 때 발포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 표현은 1967년 흑인 시위에 폭력적 보복을 공언한 월터 헤들리 당시 마이애미 경찰서장이 만든 문구여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8일 미국 대사관 앞에서 가진 시국 선언문에서 "플로이드 사건을 계엄령의 명분으로 악용하지 말라"고 말했다.

막연하게 '미국은 강대국'으로 바라본 이제까지 우리의 시각을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8일 미국 대사관 앞에서 시국선언문을 낭독하는 이만열 아시아 인스티튜트 이사장[아시아인스티튜트 제공]

그는 "미국은 다양한 이민자를 수용해 '멜팅팟'(Melting Pot·용광로)이라고 불리지만 여전히 백인 위주라는 나라라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아시아 출신 자국민은 꾸준히 늘지만) 여전히 미국 고등학교에서 한중일의 언어나 역사를 가르치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플로이드 사건은 우리에게도 숙제를 안겨줬다. 인종차별 문제에 있어서는 한국 역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 한국을 찾았을 때만 해도 굉장히 폐쇄적이었고, 유색 인종에 배타적이었습니다. 그때보다는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영어 학원에는 흑인 교사들을 찾기 힘들죠. 그들이 아무리 똑똑하고 좋은 학교를 나왔다고 하더라도요. 초등학교 교육 자료에 인종 차별을 짚는 부분이 있나요? 유년 시절부터 여러 인종과 사회적 그룹을 형성하는 것을 배워야 장기적으로 차별이 없는 사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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