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모 찾는 美입양 한인 소설가 "최선 다한 어머니에 감사"
친모 찾는 美입양 한인 소설가 "최선 다한 어머니에 감사"
  • 왕길환
  • 승인 2020.05.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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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입양인' 출간 앨리스 스테펜스씨…1967년 7월27일 의정부서 출생

친모 찾는 美입양 한인 소설가 "최선 다한 어머니에 감사"

'유명한 입양인' 출간 앨리스 스테펜스씨…1967년 7월27일 의정부서 출생

 

 

앨리스 스테펜스씨 갓난아기 시절(왼쪽)과 현재 사진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센터 제공]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아직 어머니가 살아 계신다면, 사랑한다고 그리고 1968년 당시 할 수 있었던 최선을 다한 것에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미국 입양 한인 앨리스 스테펜스(한국명 김숙·53) 씨는 자신을 낳아준 생모가 살아있기를 손 모아 기도하고 있다. 하루빨리 만나 오랫동안 마음에 품었던 이러한 말들을 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모가 올해 88세이기에 이미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어머니를 알아가면서 그를 기리고 싶어한다.

17일 친모를 찾아달라며 그가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센터에 보낸 사연에 따르면, 스테펜스 씨는 주한미군과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1967년 7월 27일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태어났다. 당시 친부는 24세였고, 친모는 35세였다.

부모는 13개월 동안 사실혼 관계로 살았고, 딸이 태어나기 3개월 전 친부는 한국을 떠났다. 혼자 아이를 낳은 친모는 양육할 수 없게 되자 입양기관인 한국사회봉사회에 맡겼고, 아이는 이듬해 4월 12일 미국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김숙'이라는 이름은 입양기관에서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9월 친어머니를 찾기 위해 방한했던 스테펜스 씨는 입양기록에 나와 있는 친모의 이름이 가짜일 수 있다는 입양기관 담당자의 말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 가장 흔한 이름이 제 친어머니 이름으로 기재돼 있어 누군가가 지어낸 이름일 수도 있다고 했어요. 갑자기 친어머니와 관련돼 있다고 평생 소중히 여겨왔던 것이 의미 없는 것으로 다가왔습니다. 가슴이 미어졌죠"

미국과 보츠나와, 이집트, 스페인에서 성장한 그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2018년 소설가로 데뷔하기 전까지 출판, 교육, 교환학생 프로그램 관련 일을 했다.

첫 소설 '유명한 입양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소재로 가족과 인종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솔직하게 다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소설에서 "입양인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입양인 자신뿐"이라고 말한다.

결혼해 두 아들을 낳은 그는 나이가 들면서 뿌리를 궁금해 했다고 한다. 2018년 유전자 검사를 거쳐 미국에서 친아버지 가족들과 만났지만, 애타게 찾던 아버지는 수년 전 세상을 떠난 뒤였다.

그가 이복형제들을 만난 것은 친어머니를 찾는데 큰 용기를 줬다. 지금은 폐쇄된 미군 부대를 방문해 태어난 곳을 돌아보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스테펜스 씨는 "친모를 찾지 못하고 슬픈 마음으로 한국을 떠나왔지만, 친어머니를 찾는 일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다"며 의지를 보였다.

 

입양인 친부모 사진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센터 제공]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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