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용의 글로벌시대] 내일은 어린이날…다른 나라는 언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희용의 글로벌시대] 내일은 어린이날…다른 나라는 언제, 어떤 의미가 있을까
  • 이희용
  • 승인 2020.05.04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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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용의 글로벌시대] 내일은 어린이날…다른 나라는 언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의 방정환 동상 곁에 2016년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화환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어린이는 어른보다 더 새로운 사람입니다. 내 아들놈 내 딸년 하며 자기의 물건같이 여기지 말고 자기보다 한결 더 새로운 시대의 새 인물인 것을 알아야 합니다. 자기 마음대로 굴리려 하지 말고 반드시 어린 사람의 뜻을 존중하도록 해야 합니다. 어린이를 어른보다 더 높게 대접하십시오. 어른을 뿌리라 하면 어린이는 싹입니다. 뿌리가 근본이라고 위에 올라앉아 싹을 내리누르면 그 나무는 죽어버립니다. 뿌리가 원칙상 싹을 위해야 그 나무는 뻗쳐나갈 것입니다"

방정환이 기초해 1923년 5월 1일 발표한 어린이선언문의 한 대목이다. 그는 어린이운동의 기초조건으로 인격적 예우, 노동 금지, 배우고 놀기에 족한 시설 보장을 촉구하는 한편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봐 주시오", "어린이를 가까이 하셔 자주 이야기해 주시오", "어른들에게는 물론이고 당신들끼리도 서로 존대하기로 합시다", "꽃이나 풀을 꺾지 말고 동물을 사랑하기로 합시다" 등을 당부했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2009년 5월 4일 시민들이 망우묘지공원의 방정환 묘소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우리나라 어린이선언은 1924년 9월 국제연맹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채택한 아동권리선언(제네바선언)보다 1년 이상 앞선 것이다. 앞서 방정환은 1921년 5월 천도교소년회를 조직한 뒤 1922년 5월 1일 창립 1주년 기념일에 맞춰 어린이날을 제정하고 그 취지를 가두에서 선전했다.

어린이라는 단어는 최남선이 1914년 10월 '청춘' 창간호에 실은 '어린이의 꿈'에 처음 등장한다. 늙은이, 젊은이처럼 '어린 사람'이란 뜻의 순우리말이다. 이전에는 소년·아동·동몽(童蒙) 등의 한자어가 주로 쓰였고, 아이는 자기 자식을 낮춰 부르거나 아기를 일컫는 말이었다. 방정환은 1920년 8월 '개벽' 3호에 번역동시 '어린이 노래-불 켜는 아이'를 게재한 데 이어 1923년 3월 20일 국내 최초의 순수 아동잡지 '어린이'를 창간했다.

 

방정환 탄생 120주년 기념식이 열린 2019년 11월 7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서 길음초 어린이합창단이 방정환 작사 동요 '귀뚜라미'를 부르고 있다. 방정환 선생의 출생일은 1899년 11월 9일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1회 어린이날 기념식은 조선소년운동협회 주최로 5월 1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 천도교당 앞에서 열렸다. 이후 5월 첫째 일요일에 맞춰 개최되다가 1940년부터는 일제의 방해로 중단됐다. 해방 후 처음 어린이날 기념식을 치를 때 1946년 5월 첫째 일요일이 5월 5일이었다. 당시 5월 1일로 돌아가자는 의견도 나왔는데 노동절과 겹쳐 이날로 굳어졌다.

사회주의권 국가들은 6월 1일을 국제아동절로 기린다. 1949년 9월 11일 소련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민주여성연맹이사회가 정한 날로, 올해 70회를 맞는다. 1942년 5월 27일 나치 독일의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 친위대장이 체코 프라하 인근 리디체 마을을 지나다가 저항군의 기습을 받아 8일 만에 숨지자 6월 9일 독일군이 마을 주민들을 무차별 학살했다. 이 과정에서 숱한 어린이가 희생된 것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 유래됐다.

 

국제아동절 69주년 기념 국제친선연환모임이 2019년 6월 1일 평양 대성산유희장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도 5월 5일 어린이날을 대신 6월 1일 국제아동절에 국제친선연환모임 등 다양한 행사를 연다. 이날은 주로 유치원이나 탁아소 원생들을 위한 날이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조선소년단 창립일인 6월 6일 체육대회에서 사탕과 과자 등을 특별히 배급받는다.

유엔은 제네바선언을 이어받아 1959년 11월 20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총회를 열어 유엔아동권리선언을 채택했다. 그로부터 30년 뒤 같은 날 유엔 회원국 대표들은 아동의 생명권, 의사표시권, 고문·형벌 금지, 불법 해외 이송·성적 학대 금지 등을 담은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며 이날을 세계어린이날로 선포했다.

 

2019년 11월 20일 세계어린이날을 맞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열린 유엔아동권리협약 채택 30주년 기념행사에서 어린이들이 각국 대표 좌석에 앉아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어린이날을 국경일로 채택한 나라는 터키다. 오스만 제국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해 연합국에 의해 점령됐다가 독립전쟁 끝에 1923년 터키공화국으로 재탄생했다. 터키 건국의 아버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는 이슬람 전통에서 과감히 벗어나 남녀평등 제도를 도입하고 어린이 인권 보호에 나서며 독립기념일인 4월 23일을 어린이날로 선포했다.

터키 어린이들은 이날 동물 분장을 하거나 전통의상을 입고 기념잔치에 참여한다. 무스타파 케말 묘소에 참배하고 국회나 정부에서 어른을 대신해 아동 정책을 논의하는 행사도 펼친다.

 

2019년 4월 21일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어린이날 기념식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가운데)이 어린이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터키 어린이날은 4월 23일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터키를 제외한 대부분 이슬람권 국가들은 이슬람력으로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기념한다. 이슬람력은 순수태음력이어서 양력보다 해마다 11일씩 앞당겨지는데 올해는 양력 12월 하순이다.

파라과이는 1865∼1870년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 3국 동맹군의 침공을 받아 성인 남성의 80%에 이르는 20만명이 전사했다. 1869년 8월 16일 아코스타 뉴 전투에서는 어린이 3천500명이 2만명의 적군과 싸우다 숨을 거뒀다. 파라과이는 이들의 희생을 기리고자 8월 16일을 어린이날로 기념한다.

 

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2019년 5월 3일 일본 지바(千葉)현 이스미(夷隅)시에서 하늘에 매단 잉어 모양의 전통 연(고이노보리) 아래 한 가족이 단란한 한때를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의 어린이날은 남녀가 따로 있다. 여자 어린이날 히나마쓰리(雛祭り)는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음력 3월 3일 삼짇날과 같은 날이다. 며칠 전부터 집 안에 아기새 인형을 만들어놓고 복을 빈다. 남자 어린이날은 음력 5월 5일 단오절로 단고노셋쿠(端午の絶句)라고 한다. 문 앞에 잉어 모양의 연(고이노보리·鯉のぼり)을 매달아 건강과 출세를 기원하고 방안을 무사 인형으로 장식한다.

일본은 1870년대 메이지(明治)유신을 단행할 때 설(1월 1일)이나 부처님오신날(4월 8일) 등 명절을 모조리 양력으로 바꿨다. 어린이날(고도모노히·子どもの日)은 양력 5월 5일이 되고 공휴일로 지정돼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골든위크(황금연휴)에 포함됐다. 히나마쓰리도 양력으로 바뀌었는데 공휴일은 아니다.

 

인도 어린이들이 2019년 11월 14일 인도 뉴델리의 아푸가르 놀이공원에서 어린이날을 맞아 놀이기구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도는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의 생일인 11월 14일을 어린이날로 기념한다. 그가 어린이를 무척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멕시코는 4월 30일 과자·사탕·장난감이 가득 든 종이인형 파니타를 막대로 쳐서 부수는 놀이를 즐긴다. 그리스는 5월에 어린이 주간을 정해 한 주 내내 퍼레이드를 펼친다. 태국은 1월 둘째 토요일, 싱가포르는 10월 1일이 각각 어린이날이다. 미국·프랑스·영국 등에서는 어린이날이 따로 없다. 1년 365일이 모두 어린이날인 것처럼 평소 어린이를 보호하고 존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5일은 제98회 어린이날이다. 요즘 어린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학교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밖에 나가 마음껏 뛰놀기도 어려워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한 5월을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 어린이날의 제정 유래를 생각하며 전 세계 어린이가 푸르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쓸 것을 다짐해보자. (한민족센터 고문)

 

이희용 연합뉴스 한민족센터 고문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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