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중동 한인회 "국경봉쇄 속 '최악 상황' 대비"
아프리카·중동 한인회 "국경봉쇄 속 '최악 상황' 대비"
  • 강성철
  • 승인 2020.03.26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프리카·중동 한인회 "국경봉쇄 속 '최악 상황' 대비"

 

 

텅빈 오만 무스카트 공항과 거리
코로나19로 항공편이 중단된 오만 무스카트 공항(사진 좌측)과 셧다운으로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무스카트 거리. [오만한인회 제공]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국경도 봉쇄됐고 항공편도 끊겨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최악의 경우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자택대기를 해야 할지 몰라 걱정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아프리카·중동 지역의 한인들은 감염과 생계 걱정 속에서 장기화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 분주한 상황이다.

79명의 현지인 확진자가 나온 세네갈의 민병제 한인회장은 26일 "국경이 봉쇄됐고 휴교령과 상업시설 폐쇄·행사 금지령으로 생필품 사재기가 극에 달하고 있다"며 "비상사태 선포와 야간 통행금지 조치도 내려져 불안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민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한국인 혐오나 부당한 처우는 없는 상황"이라며 "생업을 놔두고 귀국하려는 사람은 없지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대사관과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와 중동의 낙후한 의료 환경도 한인들에게 불안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재난 위험관리 지식센터'가 산출한 2020년 국가별 위험관리지수에 따르면 전염병과 같은 재해에 취약한 상위 국가 대부분이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21일부터 한 달 동안 휴교령과 국제공항 폐쇄를 단행한 나이지리아의 조홍선 한인회장은 "확진자가 22명으로 늘어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의료환경이 열악해 감염 예방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공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코로나19로 마트 몰린 남아공 주민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대형마트 '마크로' 밖에서 주민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생필품 사재기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프리카 가운데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온 남아프리카공화국 한인회는 "국가 재난 상태가 선포된 가운데 휴교·모임·여행 자제령도 내려졌고 오늘 3주간 통행 금지도 시작됐다"며 "생필품과 기름 확보를 위해 마트와 주유소가 북적거리고 한인마트의 쌀 재고가 거의 바닥났다"고 전했다.

아직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보츠와나는 선제적 예방 차원에서 국경폐쇄에 들어가 한인들의 해외 이동이 불가능해졌다.

정재선 보츠와나 한인회장은 "외출한 한인을 보고 현지인이 '코로나'라고 쏘아붙이는 일이 벌어져 야간 이동을 자제하는 등 모두 조심하는 상황"이라며 "한인회가 미리 이웃 나라에 마스크를 주문해 한인들에게 공급했고, 확진자 발생을 대비해 비상연락망을 가동 중"이라고 했다.

앙골라 대사관 관계자는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황이나 포르투갈 등 유럽에서 들어온 사람에 의한 감염이라 동양인에 대한 혐오·차별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대사관 차원에서 사태 악화 시 배포하려고 마스크와 소독제 등을 비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케냐 한인회는 자체적으로 특별한 일 외에는 외출을 금지하라고 공지하고 있다. 남동부 도시 몸바사에서 중국인 여성이 돌로 맞아 죽었다는 소문이 돌면서다.

강순규 케냐한인회장은 "몸바사 지역 슈퍼마켓에서 기침을 하는 중국인 여성에게 주변에서 병원에 가려고 권했는데 거부하자 격분해 돌을 던졌다는 소문"이라며 "아시아인을 타깃으로 한 인종혐오 사건이 늘어날 수 있어 대사관과 함께 안전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상황을 밝혔다.

 

 

코로나19 동행금지 단속하는 모로코군 장갑차
모로코군 장갑차가 22일(현지시간) 수도 라바트 시내를 순찰하며 도로변의 행인들에게 귀가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동 지역은 아프리카보다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아시아인 혐오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만 한인회 관계자는 "중동지역 특성상 코로나19는 중국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퍼트린 것이라는 주장을 더 믿고 있어 한국인 차별이나 부당한 대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오만은 18일 이후 모든 상업 문화시설·모스크·전통시장을 폐쇄했다. 항공편은 아직 취항 중이지만 한인들은 귀국을 서두르지는 않고 있다.

한인회는 "약국에서 마스크를 팔지 않아 중국 지인에게 부탁해 수입하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권휘 UAE 한인회장은 "중동 지역 항공 허브인 이곳은 오늘부터 2주간 모든 여객 비행 중단에 들어가 한인들이 귀국에 차질을 빚게 됐다"며 "쇼핑센터와 식당 등도 문을 닫는 등 비상조치가 점점 늘고 있어서 사태가 장기화할 것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점배 아프리카중동한인회총연합회장은 "글로벌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으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아프리카와 중동에서는 마스크를 아예 구하기 어려운 곳도 많다"며 "정부 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프리카 대륙 55개국 가운데 한국 공관이 있는 곳은 24개 나라뿐"이라며 "공관이 없는 지역에도 한인들은 비상 상황 시 의지할 곳이 없어 더 불안해하고 있다. 의료·안전 사각지대에 있으므로 이들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wakaru@yna.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