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카 '선제적 귀국조치' 시기 놓쳐 현지 봉사단원 발 '동동'
코이카 '선제적 귀국조치' 시기 놓쳐 현지 봉사단원 발 '동동'
  • 강성철
  • 승인 2020.03.20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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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봉쇄 늘어 항공편 확보 어려워져, 최악 상황 대비해야

코이카 '선제적 귀국조치' 시기 놓쳐 현지 봉사단원 발 '동동'

각국 봉쇄 늘어 항공편 확보 어려워져, 최악 상황 대비해야

전세기로 귀국한 이란 한인
이란 한인과 가족들이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코이카(KOICA)의 '선제적 조치'가 늦어지면서 귀국을 추진하는 해외 봉사단원들이 항공편을 잡지 못하는 등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코이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42개 개발도상국에 파견된 봉사단원과 동반 가족의 귀국을 추진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그러나 '코로나19 청정지대'였던 아프리카와·중남미에서도 확진자가 발생·증가하면서 공항 전면 폐쇄와 국경 검문소마저 걸어 잠그는 국가가 늘어나 코이카의 귀국 조치는 "시기를 많이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프리카 지역의 한 공관 관계자는 20일 연합뉴스와 국제통화에서 "봉사단원 규모가 항공기 좌석의 절반 정도가 되면 현지 항공편 확보가 어렵지 않지만 20∼30명이면 나머지 빈 좌석에도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며 "무사히 고국에 도착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전세기를 보낼 경우 전세기 임차 비용도 국민 혈세로 추가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추가 비용 때문에 항공을 통한 귀국을 미루다가 해당 국가의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면 더 걷잡을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이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의료 수준이 낙후한 아프리카에서는 최악의 경우 희생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전제를 하고 봉사단원 귀국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만일 귀국길이 막히면 현지에서 방역 대책뿐만 아니라 신변의 안전에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케냐 한인회는 "이 나라 사람들이 동양인에게 '코로나'라고 외치며 차별하거나 위협을 가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며 "남동부 도시 몸바사에서는 중국인 여성이 코로나 시비로 현지인들에게 돌로 맞아 죽었다는 흉흉한 소문도 돌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아프리카 질병에방통제센터(CDC) 등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19일 현재 아프리카 54개국 중 34개국에서 650명 가까운 확진자가 나왔고, 이 가운데 17명이 숨졌다.

코이카는 모로코, 알제리, 에티오피아, 케냐, 르완다, 튀니지, DR콩고 등 아프리카 16개국에 봉사단을 파견했다. 이 중 14개국에서 확진자가 나왔고, 증가 추세다. 국경 봉쇄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에 자가 격리 조치를 내린 국가도 속출하고 있다.

이런 아프리카 상황과 관련.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정부는 이란 한인 철수를 끝으로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전세기' 운용에 신중한 상황이다. 현지에서 항공편 등 이동 수단이 있을 때는 '자력 귀국'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코이카 봉사단의 경우 출국과 귀국 편의를 제공하게 돼 있어서 한인·일시체류자처럼 치솟는 티켓 가격 부담은 없지만 항공편이 없을 경우가 문제다.

실제로 모로코에서는 43명의 코이카 봉사단원과 일시체류자 등 69명이 17∼18일 귀국 준비 중이었으나 15일부터 국제선 항공편 전면 중단으로 발이 묶였다.

현지 공관에서는 이들을 수도 라바트의 호텔 등에 묵게 하면서 모로코 정부와 항공길 일시 해제를 협의 중이다.

공관 관계자는 "현지 항공사의 전세기를 확보했고 하늘길이 열리면 중간 경유 시 14일 격리를 하지 않는 카타르의 도하 공항을 거쳐서 귀국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지시간으로 20일 자정에 항공 운항 중단에 들어가는 르완다의 경우 그전에 항공편을 확보해 단원들의 귀국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항공편이 축소됐지만 아직 출국이 가능한 케냐에서는 귀국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남미 국가들도 코로나19 확진 증가로 항공 운항 축소·중지가 늘고 있어 빠른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에콰도르에서는 현지 공관이 전세기를 확보해 19일 경유지인 미국으로 출발시켰다. 온두라스에서는 봉사단원을 차량에 태워 항공길이 아직 열린 니카라과로의 이송을 추진 중이다.

항공 묶인 모로코 공항서 특별기 기다리는 여행객들
모로코가 신종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모든 국제선 항공편의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힌 15일 여행객들이 임시로 마련된 유럽행 특별기 편을 타기 마라케시 공항에 모여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코로나19로 전국민 자가격리 조치한 페루
페루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14일부터 강제적인 사회적 격리 조치를 단행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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