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겨내세요!"…재한 몽골인 정성 모았다
"코로나19 이겨내세요!"…재한 몽골인 정성 모았다
  • 이희용
  • 승인 2020.03.17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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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여성 벗드갈 씨, 성금 902만 원 韓赤에 전달

"코로나19 이겨내세요!"…재한 몽골인 정성 모았다

결혼이주여성 벗드갈 씨, 성금 902만 원 韓赤에 전달

재한 몽골인들이 만든 '코로나19 후원 캠페인' 포스터(왼쪽)와 후원자들이 SNS에 남긴 인증 사진. [페이스북 화면 캡처]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대한민국 덕분에 돈을 벌고 공부도 하고 있으니 이제는 우리도 어려움을 겪는 한국인들을 도와야죠"

한국에 사는 몽골인 920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성금 902만 원을 모아 대한적십자사에 전달했다. 여기에는 이주노동자, 유학생, 결혼이주여성은 물론 미등록외국인(불법체류자)까지 정성을 보탰다.

모금 운동을 이끈 인물은 2009년 유학차 방한했다가 한국인과 결혼하고 한국으로 귀화한 벗드갈(28) 씨. 그가 진행하는 유튜브 한국어 강좌 구독자들이 먼저 모금 운동을 제안하자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소매를 걷어붙였다고 한다.

지난해 12월부터 1년 예정으로 모국 몽골에서 교육봉사를 하는 벗드갈 씨는 17일 연합뉴스와의 국제전화에서"2일부터 2주간 모금하기로 했다가 10일 몽골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모국을 위한 모금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12일 자정 마무리했다"면서 "위험을 무릅쓰고 대구에서 환자 치료와 봉사에 구슬땀을 흘리는 의료진을 위해 써 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재한 몽골인들의 '코로나19 후원 캠페인'을 주도한 벗드갈 씨가 '코로나19 스톱'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한국인들을 응원하고 있다. [벗드갈 씨 제공]

벗드갈 씨는 동료들과 함께 2일 페이스북에 '코로나19 후원 캠페인' 페이지를 만들고 "우리는 마음속으로 여러분을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대한민국 힘내세요"란 문구를 달았다. 캠페인 이름은 "한 사람이 1만 원씩 모아 코로나 19를 끝내자"란 뜻으로 'Corona Stop 1 by 1'이라고 정했다.

하루가 지나자 450만 원이 모였고 지지와 격려의 댓글도 줄줄이 달렸다. 응원 구호가 적힌 종이를 들고 '인증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가 하면 자동차 뒷유리창에 "모든 사람 건강하세요. 코로나19 조심. 다 잘될 거야"란 문구를 붙인 사람도 있었다.

벗드갈 씨는 모금 운동은 무엇보다 신뢰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기부에 참여하는 사람은 이체 내용을 찍어서 올리고 운영진은 그때마다 모금액과 기부 명세를 알렸다.

그는 "몇십만 원 낸 사람도 있고 몇천 원 기부한 사람도 있는데 금액보다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인들이 몽골인들의 뜻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재한 몽골인들이 페이스북에 개설한 '코로나19 후원 캠페인' 페이지에 후원자들이 기부 명세를 올려놓았다. [페이스북 화면 캡처]

몽골은 지난달 27일 한국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10일 몽골에서 확진자가 나오긴 했지만 프랑스인이었고 추가 확진자는 없는 상태다. 15일에는 한국에 체류 중인 몽골인 가운데 희망자들을 귀국시켰다.

"몽골 속담에 '힘들 때 돕는 게 진정한 우정'이란 말이 있어요. 몽골인들은 한국을 친구 나라라고 생각하죠. 한국에 몽골인이 5만 명 가까이 사는데 인구의 1.5%가 넘습니다. 오는 26일은 몽골과 한국의 수교 30주년 기념일이고, 8월 25일은 양국의 수도인 울란바토르와 서울이 자매결연한 지 25년 되는 날이에요.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두 나라 사람이 예전처럼 많이 오가고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습니다"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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