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새 없이 오는 긴급재난문자, 이주노동자는 못 읽는다"
"쉴 새 없이 오는 긴급재난문자, 이주노동자는 못 읽는다"
  • 정성조
  • 승인 2020.03.13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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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성서공단노조 "이주노동자, 정보 부족·집단 거주 등으로 코로나19에 취약"
"공적 마스크, 코로나19 막기 위해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도 공급해야"

"쉴 새 없이 오는 긴급재난문자, 이주노동자는 못 읽는다"

대구 성서공단노조 "이주노동자, 정보 부족·집단 거주 등으로 코로나19에 취약"

"공적 마스크, 코로나19 막기 위해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도 공급해야"

대구 성서공단노조에서 만든 이주노동자용 코로나19 안내문
(대구=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대구 성서공단노동조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11개 언어로 만든 포스터와 현수막을 만들어 공단 곳곳에 게시했다고 13일 밝혔다. 사진은 한국어, 영어, 미얀마어 포스터로 "열이 나고 목이 아플 때 외국인 콜센터 '1345'에 전화하라", "단속 추방 걱정 없이 코로나19 검사하면 된다"는 등 내용을 담았다. 2020.3.13

(대구=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한국인들은 휴대폰 긴급재난문자가 쉴 새 없이 울린다고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문자를 받더라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과잉된 공포와 위축만 남는 것이죠."

13일 대구 달서구 성서공단노동조합에서 만난 차민다 부위원장(스리랑카 출신)은 이날 오전에 온 마스크 구매 안내 문자메시지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정부와 지자체들이 관련 정보를 하루에 몇 차례씩 보내지만, 한국어가 서툰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미등록 외국인은 이런 문자를 받지도 못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노력이 펼쳐지고 있음에도 아직 손길이 덜 닿은 곳이 많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그런 경우다.

노조에 따르면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꾸준히 감소 추세지만 성서공단 내 이주노동자 6천여명 가운데 2천여명은 미등록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대개 회사 기숙사에서 지내지만, 해고당하거나 다른 회사로 옮기게 되면 지낼 곳이 마땅치 않아 '쉼터'를 찾게 된다.

'쉼터'는 불교·이슬람교 등 종교단체에서 제공하는 숙소나 미리 집을 구해 사는 동향 사람의 집 등 임시 거처로, 많게는 20명이 넘게 거주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의심 증상으로 검사를 받을 경우 불법체류 단속을 하지 않겠다는 정부 방침이 나왔지만 이를 아는 이주노동자는 거의 없다고 한다.

추방을 피하기 위해 증상을 숨길 가능성도 있다고 차민다 부위원장은 설명했다.

이 때문에 노조는 코로나19 관련 내용으로 11개 언어 버전의 현수막과 포스터를 공단 곳곳에 붙이는 등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열이 나고 목이 아플 때 외국인 콜센터 1345에 전화하라', '단속 추방 걱정 없이 코로나19 검사하면 된다'는 등 내용을 담았다.

마스크 역시 문제다.

차민다 부위원장은 "직장이 있는 사람이면 회사에서 방진 마스크라도 주는데 쉼터에 있는 노동자는 구할 길이 없다"며 "누구든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인은 '마스크 5부제'에 따라 일주일에 2장이라도 공급받을 수 있지만, 이주노동자는 그럴 '자격'이 없거나 일터에 붙들려 있느라 사러 나갈 시간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서공단노조 김용철 노동상담소장은 "공적 마스크 공급은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한 사람에게만 해당하기 때문에 입국한 지 6개월이 안 된 이주민이나, 미등록 이주노동자, 일부 농축산업 노동자에게는 허울뿐인 정책이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체류 자격을 묻지 않고 여권만으로 살 수 있도록 해 누구나 평등하게 마스크를 구매하게 될 때 진정한 공적 마스크가 되는 것"이라며 "장시간 노동에다 사업장 굴레를 벗어나기 힘든 이주노동자에게는 사업주가 대리구매라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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