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호텔 온 '위로 떡볶이 100인분'…하나로 뭉친 재중 한인들
격리호텔 온 '위로 떡볶이 100인분'…하나로 뭉친 재중 한인들
  • 차대운
  • 승인 2020.03.09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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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유대로 코로나19 위기 극복…아파트·격리시설마다 단체 대화방 소통
교민들 성금 모아 격리 국민들 지원…'LG 도시락'에는 "우리는 한가족" 쪽지

격리호텔 온 '위로 떡볶이 100인분'…하나로 뭉친 재중 한인들

강한 유대로 코로나19 위기 극복…아파트·격리시설마다 단체 대화방 소통

교민들 성금 모아 격리 국민들 지원…'LG 도시락'에는 "우리는 한가족" 쪽지

격리시설 국민 지원 물품 챙기는 상하이 교민들
(상하이=연합뉴스) 상하이 한국 교민단체 관계자들이 코로나19 격리 시설에 있는 국민들에게 지원할 생필품과 식품을 정리하고 있다. [교민 장창관씨 제공. DB 및 재판매 금지]photo@yna.co.kr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상하이 훙취 안루(虹泉路) 한인타운의 슈퍼마켓에서 분식 코너를 운영하는 이환용씨는 최근 떡볶이와 어묵 각각 100인분을 만들어 상하이 호텔들을 돌며 직접 배달을 했다.

코로나19 격리 시설로 쓰이는 호텔의 좁은 방에 갇힌 한국인들을 위한 위로의 음식을 만들어 무료로 제공한 것이다.

이씨는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격리된 분들이 외로울 것 같아서 음식이라도 좀 해 드리면 어떨까 싶어 한 것일 뿐"이라며 "어디 알려질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씨가 전한 음식을 먹은 한 격리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에서 "저희 아들이 젤 맛있는 한 끼라고 하네요.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전역에서 한국인 1천명 이상이 격리 시설에 수용되고, 최소 수천명이 자가격리 중인 어려운 상황에서도 재중 한국인들이 서로 도우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의 교민 단체들은 강제 격리 생활 중인 우리 국민들의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9일 교민사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꾸려진 상하이 비상대책위원회는 상하이 내 여러 지정 호텔에 격리된 우리 국민들에게 생필품과 먹을거리를 전달 중이다.

상하이에서만 17개 시설에 최소 460여명의 우리 국민이 격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전체로는 지정 시설에 격리된 우리 국민이 1천명이 넘는다.

비대위는 칫솔, 치약, 샴푸, 세탁비누 수건과 같은 필수 생활용품에서 컵라면, 생수, 고추장 같은 식품류를 담은 비상용품 꾸러미를 전달하고 있다.

상하이 코로나19 격리호텔 앞에 배달된 지원 물품
(상하이=연합뉴스) 상하이 한국 교민단체 관계자들이 코로나19 격리 시설로 운영 중인 상하이시의 한 호텔 정문 앞에 놓아둔 비상 물품 꾸러미. 격리 시설 안에는 들어갈 수 없어 배달 자원봉사자들은 호텔 문 앞에 물건을 놓아두고 돌아온다. [교민 장창관씨 제공. DB 및 재판매 금지]photo@yna.co.kr

지정 시설에 들어간 많은 국민들이 격리 생활 초기에 필요한 물건을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어 교민 사회가 직접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자원봉사에 나선 교민들이 배송한 비상용품 꾸러미는 벌써 수백개에 달한다.

격리 대상자 중 어린이가 있는 가족에게는 따로 과자와 소시지 등 간식이 들어간 꾸러미도 전달되고 있다.

어려움에 부닥친 동포들을 돕겠다면서 개인과 기업, 단체의 후원도 잇따르고 있다.

농심 상하이 법인은 컵라면과 생수를 대량 지원했고, 민주평통 상하이협의회는 수건, 치약, 칫솔 같은 생활용품 200여 세트를 만들어 비대위에 갖고 왔다.

격리 대상자들을 돕기 위해 의료인인 교민들도 발 벗고 나섰다.

상하이 비대위 소속 의사들은 24시간 돌아가면서 격리 시설에 있는 교민 중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원격 진료하고 약을 처방해주고 있다. 처방된 약은 자원봉사자들이 신속히 배달해 준다.

격리 생활 중인 한국인들은 어려운 처지에서 받은 동포들의 도움에 크게 고마워하고 있다.

한 격리자는 교민 대화방에서 "정말 감사합니다. 힘내서 잘 견디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수백명의 우리 국민이 격리 중인 난징에서도 LG그룹 계열사들이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조용히 격리자들을 돕고 있다.

난징의 지정 격리 시설에 있는 우리 국민들에 따르면 LG그룹은 한국인 격리자들에게 한식 도시락을 따로 지원 중이다.

난징에는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 등 회사의 사업장이 있어 LG그룹 계열사의 격리자가 다수 생겼는데 회사 관계자 외에 다른 한국 격리자들에게도 동시에 식사를 제공 중인 것이다.

난징 격리시설 도착한 'LG 도시락'
(상하이=연합뉴스) 중국 난징의 한 코로나19 격리시설에 보내진 'LG 도시락'. 난징의 LG계열사들은 관내 코로나19 격리시설에 있는 한국 국민들에게 한식 도시락을 따로 보내고 있다. [독자 제공. DB 및 재판매 금지]photo@yna.co.kr

LG가 보낸 도시락에는 "끝까지 어려움을 함께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는 한 가족입니다. 힘내십시오! 사랑합니다."라는 쪽지가 붙어 있었다.

남편이 난징 격리 시설에 머무르는 A씨는 "회사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들까지 지원해주고 있어 모두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식사 외에 과일이나 간식까지도 간간이 넣어준다고 한다"고 전했다.

격리 문제 외에도 재중 한국인들은 각종 어려움을 돕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 내 한국인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아파트 단지, 주요 주거 지역별, 도시별로 수백개의 단체 대화방을 만들었다. 많게는 한 단체 대화방에 수백명의 국민들이 들어와 있다.

한 아파트 단지에 살아도 서로 모른 채 살던 한국인 이웃들이 위기를 계기로 온라인 공간으로 만나 긴밀히 연결된 공동체로 진화한 셈이다. 중국 내 한인 온라인 공동체가 이처럼 활성화된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여기서 주민들은 자가 격리에서부터 공항 입국 등 코로나19 관련 상황을 시시각각 공유한다.

상하이 등 중국 각지의 격리 호텔별로도 단체 대화방이 만들어졌다.

"과자까지 챙겨줘 감사합니다"
(상하이=연합뉴스) 상하이의 한 코로나19 격리 호텔에 있는 국민이 SNS 단체 대화방에 올린 사진과 감사의 글.[독자 제공. DB 및 재판매 금지]photo@yna.co.kr

중국어가 원활한 이들이 '방장'을 맡아 자원봉사에 나서 출장자 등 중국어를 하지 못하는 '이웃 격리자'를 위해 필요한 물건을 대신 외부에 주문해주는 등 도움을 주고 있다.

예상치 못한 강제 격리 생활에 당혹스러워했던 우리 국민 중 상당수는 이제 대체로 안정을 찾아가면서 격리 생활을 담담하게 견뎌내는 분위기다.

교민 단체 대화방에는 호텔 책상에서 책을 펴 놓고 공부를 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올라왔다.

상하이 지정 시설에서 격리 생활 중인 정재윤 한인 단체 화동연합회 사무총장은 "중국 정부에서 전염병을 막기 위해 격리한 부분에는 불만을 갖고 있지 않다"며 "처음에는 준비가 되지 않아 우왕좌왕했던 부분도 있지만 중국 측의 생필품 공급도 좋아졌고 우리 교민들이 서로 도와가면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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