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오스카상 4관왕에 동포사회 "한인이라는 게 뿌듯"
'기생충' 오스카상 4관왕에 동포사회 "한인이라는 게 뿌듯"
  • 강성철
  • 승인 2020.02.12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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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오스카상 4관왕에 동포사회 "한인이라는 게 뿌듯"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감독·각본·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최고 권위인 작품상을 필두로 감독상과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을 차지하자 동포사회 곳곳에서는 모두 '한인 위상을 드높인 쾌거'라며 환영했다.

무엇보다 거주국 소수자로 살면서 움츠러들었던 어깨를 펴게 돼 감개무량하다는 반응이다.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에 21개 지부를 둔 화랑청소년재단의 박윤숙 총재는 시상식을 지켜보는 내내 전율을 느꼈다며 "인종차별이 심한 할리우드에서 백인잔치를 뒤집은 '영화 혁명'이다. 소수 이민자로서 살면서 어딘가 비어있던 마음을 봉준호 감독이 꽉 채워줬다"고 기뻐했다.

이어 "스포츠와 K팝에 이어 영화까지 정상에 우뚝 서게 돼 한인 청소년들에게 큰 자부심을 심어주게 됐다"고 반겼다.

일본 가쿠게이대의 이수경 교수는 "일본 언론은 일제히 한국 영화의 아카데미 석권은 아시아영화가 더는 비주류가 아님을 증명했다고 대서특필할 정도로 기뻐하고 부러워한다"며 "문화대국이라는 자부심을 갖되 시상식에서 경쟁작과 감독을 추켜세운 봉준호 감독처럼 겸손함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윤교진 한인회장은 "이민자로서 주류문화의 눈치를 보는 한인이 바로 '기생충'의 주인공과 닮았기에 더욱 감동"이라며 "한국 영화에 한국어로 전하는 수상소감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지 않은 한인이 없을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스페인에서 합기도의 '대사부'로 불리는 이경선 스페인한민족합기도협회장은 "스페인에서는 언론에서도 한국의 대중문화가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인정하는 분위기"라며 "이민자로 살아도 마음속으로는 고국을 응원해왔기에 이번 수상을 한인 모두 한마음으로 기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카데미 4관왕 수상한 영화 '기생충'
[CJ ENM 제공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아카데미 시상식 석권 덕분에 한류가 청소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 퍼지는 데 힘이 실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조지아에서 매년 'K팝월드페스티발'을 개최해 온 이광복 월드옥타 조지아지회장은 "K팝 팬 대부분은 10∼20대인데 시상식 후 주변의 성인들이 '기생충'은 어떤 영화냐 묻기도 하고 이번에 재상영하면 꼭 보러 가겠다고 말한다"며 "한국은 경제만이 아니라 문화도 선진국이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어 가슴 벅차다"고 말했다.

박종범 민주평통 유럽부의장은 "문화·사상·예술 분야에서 유럽은 늘 세계인이 동경하던 곳이었는데 이곳의 10∼20대가 좋아하는 것은 K팝 등 한류"라며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은 한류가 젊은이들만이 아니라 모든 세대에 공감을 주는 문화로 발돋움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반겼다.

2세, 3세의 차세대에 한인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주게 된 것이 무엇보다 큰 수확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재미한국학교협의회의 오정선미 회장은 "한국이 문화 강국이라고 만나는 현지인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주는 등 축하를 받았다"며 "수상 소식과 영화 내용 등을 모아서 수업자료로 활용했고 학기 중에 영화 감상평 과제도 부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클레르몽페랑 한글학교 교장인 박선영 씨는 "현지 고교에서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가르치는데 만나는 학교 관계자마다 축하를 해줬고 한국 대학의 영화학과에 유학하고 싶다고 문의를 해온 학생도 있었다"며 "무엇보다 한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한인 입양인들이 모국이 한국이란 게 너무 자랑스럽다며 기뻐하고 있다"고 소식을 전했다.

박 교장은 "K팝·K드라마·K뷰티·한식 등 한류의 인기로 지역 대학의 한국어과는 입학 경쟁이 치열할 정도"라며 "문화예술 강국인 프랑스에서 한국 문화의 약진 덕분에 한인과 입양인 모두 어깨를 펴고 사는데 이번 오스카 수상은 그 정점"이라고 강조했다.

과테말라 한글학교의 장정윤 교사는 "한인 학생들이 여기저기서 축하를 받았다며 자기 일처럼 기뻐한다"며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세우는데 이보다 더 큰 이벤트는 없었을 것"이라고 환영했다.

이어 "영화를 본 현지인 청년들은 선진국인 한국에서도 과테말라와 마찬가지로 빈부격차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한다"며 "한국을 이해하고 배우려는 청년들이 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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