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에 재결성 韓日혼성밴드 '도쿄비빔밥클럽' 아시나요"
"22년 만에 재결성 韓日혼성밴드 '도쿄비빔밥클럽' 아시나요"
  • 강성철
  • 승인 2020.02.01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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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캡술' 앨범 한일 동시 발매…"국경·민족 넘어 노래로 화합"

"22년 만에 재결성 韓日혼성밴드 '도쿄비빔밥클럽' 아시나요"

'타임캡술' 앨범 한일 동시 발매…"국경·민족 넘어 노래로 화합"

22년만에 재결성 콘서트 '도쿄비빔밥클럽'
[도쿄비빔밥클럽 제공]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다양한 음식 재료를 한데 버무려야 맛난 요리가 되는 게 '비빔밥' 아니겠습니까. 한국과 일본의 고유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진 노래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려고 다시 뭉쳤습니다"

재일동포 가수·국악 명인과 일본인 기타리스트, 드러머 등으로 구성된 혼성밴드인 '도쿄비빔밥클럽'의 재결성 무대가 22년 만에 도쿄(東京)에서 지난 달 31일 열렸다.

공연 후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도쿄비빔밥클럽'의 리더인 가스가 하치(春日博文·기타) 씨는 "순수하게 노래로 국경과 민족을 넘는 하모니를 전하려고 혼신을 다해 불렀다"며 재결성 이유를 이 같이 밝혔다.

이들은 콘서트에서 첫 앨범에 수록됐던 한국민요 성주풀이와 자작곡 도쿄아리랑을 비롯해 일본 민요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선보였다.

1992년 결성된 밴드는 당시 한식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비빔밥을 밴드명으로 해서 화제가 됐다. 이후 한일 양국 가요와 민요에다가 록·재즈·레게 음악을 섞은 곡을 선보여 양국에 고정 팬을 확보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1997년 10월 빌보드지는 일본음악 특집을 내면서 '일본음악의 전위 4인방' 중 하나로 '도쿄비빔밥클럽'을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빌보드지는 이 밴드가 "한국의 뽕짝·민요와 재즈·레게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를 일본음악과 전자적으로 혼합시켜 도쿄에서 최고의 라이브무대에서 공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밴드는 1996년 일본인 드러머의 병환에 따른 사망 후 박보 씨가 탈퇴하면서 1998년을 끝으로 활동을 접었다.

하치 씨는 "밴드가 완전체로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된 것을 기념하는 의미로 콘서트 제목도 '부활축제 2020'으로 정했다"며 "'도쿄비빔밥클럽'을 기억하는 팬들이 전국에서 찾아와 재결성을 반겨줬다"고 기뻐했다.

일본 록음악계의 대표 기타리스트이기도 한 하치 씨는 2006년 한국인과 2인조 그룹 '하치와 TJ'를 결성해 대표곡인 '장사하자'로 인기를 끌며 활동하기도 했다.

재일동포 2세로 1979년 가수로 데뷔한 박보 씨는 좋아하는 송창식의 노래를 일본어로 부르기 위해 한국을 드나들면서 자신의 뿌리가 한국 대구라는 사실을 알고 '히로세'였던 이름을 한국명으로 바꿨다.

이후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한 그는 판소리와 레게, 록을 합친 파워풀한 음악을 창출함으로써 일본에서는 '아시아의 밥 말리'(자메이카 출신으로 레게의 신으로 불린 뮤지션)로 불린다.

자유와 반전, 환경문제와 사회문제 등 메시지가 있는 노래를 즐겨 불렀고 오사카에서 열리는 재일동포 최대축제인 '원코리아페스티벌'에 단골로 출연하기도 했다.

이번 무대에서 박 씨는 송창식 씨의 '고래사냥'을 불러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박 씨는 "팬들을 위해 앞으로 공연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기회가 되면 한국 무대에도 서고 싶다"고 희망했다.

이 밴드에는 특이한 멤버가 있는데 장구 명인으로 연주하며 노래하는 재일동포 변인자 씨다.

변 씨는 한국춤의 거목인 고 이매방 선생으로부터 사사했고, 일본 전역에서 '장구와 한국무용 교실'을 열어 48년째 후진을 양성해온 국악인이다.

그는 공연에서 장구를 연주하며 박보 씨와 호흡을 맞춰 한국·일본 민요와 타령 등을 불렀다.

이밖에 데라오카 노부요(寺岡信芳·베이스), 기무라 다카노부(木村行伸·드럼) 등이 함께 했다.

공연에 맞춰 컴백 앨범도 발표했다. '타임캡슐'이란 이름으로 첫 앨범 수록 10곡과 미발표곡 4곡을 담았고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홍대 앞 실험갤러리 '요기가널판')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하치 씨는 "멤버 모두 60대 초반에서 후반이지만 수십년간 무대에 서온 관록과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며 "최근 한일관계가 경색됐지만 이럴 때일수록 서로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3월 9일 오사카(大阪) 바나나홀에서도 콘서트를 연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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