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출신 인권운동가 소모뚜 "韓 이주민 인권상황 애매"
미얀마 출신 인권운동가 소모뚜 "韓 이주민 인권상황 애매"
  • 류일형
  • 승인 2019.12.3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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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째 한국 거주…미얀마인 보호 인천 부평구 '브더욱글로리' 운영
"韓 이주노동자 인권, 껍데기는 예쁜데 다가가면 냄새나는 상황"
"한국 체류 3만5천명 힘 모아 경제 수준 낮은 미얀마 돕고 싶어"

미얀마 출신 인권운동가 소모뚜 "韓 이주민 인권상황 애매"

24년째 한국 거주…미얀마인 보호 인천 부평구 '브더욱글로리' 운영

"韓 이주노동자 인권, 껍데기는 예쁜데 다가가면 냄새나는 상황"

"한국 체류 3만5천명 힘 모아 경제 수준 낮은 미얀마 돕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류일형 기자 = 지난 27일 오후 제법 쌀쌀한 날씨를 뚫고 찾아간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에 있는 미얀마 이주민들의 협동조합형 주식회사 '브더욱 글로리' 사무실.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미얀마인들의 '그늘' 브더욱 글로리
(인천=연합뉴스) 류일형 기자 = 미얀마 이주민들의 그늘 역할을 해주는 '브더욱 글로리' 전경.

퇴직금을 못 받아 애태우는 한 미얀마 이주노동자와 상담 중인 소모뚜(왼쪽 2번째)
(인천=연합뉴스) 류일형 기자 = 미얀마 출신 인권운동가 소모뚜 씨와의 인터뷰는 27일 부평구 부평동 브더욱글로리에서 진행됐다.

내부로 들어가자 미얀마 이주노동자 3∼4명이 핸드폰을 고르고 있고, 미얀마 출신 이주민 인권운동가로 유명한 소모 뚜(SOE Moe Thu·44) 씨가 그 옆에서 퇴직금을 못 받아 하소연하는 한 이주노동자와 상담을 하고 있었다.

브더욱 글로리가 입주한 2층 건물 중 1층은 휴대폰 도·소매와 액세서리 가게, 미얀마 식품과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는 미니스토어, 국내외 여행사, 항공권 구매, 우체국 택배, 컴퓨터 수리, 현금인출기 서비스 등의 공간으로 활용됐고, 2층은 미얀마 전통 음식과 차를 맛볼 수 있는 카페 등으로 꾸며졌다.

브더욱 글로리 휴대폰 매장에 걸린 수치 미얀마 국가 고문 사진
(인천=연합뉴스) 류일형 기자 = 미얀마 출신 노동자들의 그늘인 브더욱글로리 내부 모습.

소모뚜 친구가 그려서 보내준 수치 미얀마 국가 고문 초상화와 미얀마 국기
(인천=연합뉴스) 류일형 기자 = 브더욱 글로리 1층 벽에 걸린 수치 미얀마 국가 고문 초상화와 국기.

1층 입구 벽에는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 고문의 사진이 큼지막하게 걸려 있고, 핸드폰 판매대 뒤쪽 벽에도 미얀마에 있는 소모뚜의 친구가 그려서 보내준 수치 고문의 초상화와 미얀마 국기가 걸려있다.

부평역 근처 골목 곳곳에도 생경한 미얀마어와 한글이 뒤섞인 미얀마 전문 음식점과 노래방, 마트 간판이 늘어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주말이면 서울, 경기지역은 물론 멀리 부산, 김해, 대구, 광주 등지에서 온 미얀마인들로 북적거린다고 한다.

브더욱 글로리는 이 지역에서도 가장 중심이다.

다양한 서비스로 인한 시너지효과 탓도 있지만, 한국에 온 지 24년째로 한국말에 능통하면서 '이주 노동자 수호천사'를 자임해온 미얀마 출신 인권운동가 소모뚜라는 '큰 그늘'이 있기 때문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브더욱 글로리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소모뚜
(인천=연합뉴스) 류일형 기자 = 인권운동가 소모뚜와의 인터뷰는 27일 브더욱 글로리 카페에서 열렸다.

브더욱 글로리 상무이사이기도 한 소모뚜는 "'브더욱'은 미얀마에서 4월에만 피는 미얀마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꽃나무이며, 글로리는 '그늘'이라는 뜻을 가진 영어"라면서 "한국 내 자국민을 안전하고 따뜻하게 보호해주는 그늘 같은 회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불법체류자, 이주노동자, 난민 등 신분을 거치면서 미얀마 민주화 운동과 이주민 인권 운동을 함께해온 소모뚜가 동료들과 함께 만들어 운영하는 일종의 협동조합형 주식회사다.

동료 3명과 함께 2013년 7월 1천만원씩 출자해 만든 '구멍가게'가 6년만인 지금, 자본금이 2억원 정도로 불어났고, 미얀마 이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소모뚜는 "비록 이주노동자로 한국에 왔지만, 노동자로서의 삶의 순환이 멈춰 사업가로 한국에서 출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고 혼자 힘으로 할 수 없지만, 다수의 힘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회사 설립 배경을 말했다.

브더욱 글로리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소모뚜
(인천=연합뉴스) 류일형 기자 = 소모뚜는 "미얀마 이주노동자가 사업가로 한국에서 출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2층 카페로 자리를 옮긴 소모뚜는 "미얀마는 50년 넘게 사실상 군부가 통치하고 있다. 아직도 미얀마 헌법은 군부의 장기집권을 위한 것이며 국민과 인권을 위한 헌법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수치 여사는 전에는 민주투사였지만, 지금은 모두를 달래야 하는 입장이다. 존경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책에서 '인권변호사 때는 마음대로 할 수 있었는데 대통령이 되고 나니 미국도 달래야 하고… 어렵다'고 말씀하셨듯이"라며 그는 로힝야족 탄압에 대한 비난 여론에 대해 수치 여사 방어에도 나섰다.

소모뚜는 "수치 여사는 남을 아프게 할 분이 아니라는 우리의 믿음은 강하다"면서 현재 자신의 역할에 대해 첫 번째가 조국 미얀마의 실제 상황을 한국에 제대로 알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는 한국에 와 있는 3만5천여명의 미얀마인의 힘을 모아 오랜 군사통치로 교육·경제 수준이 낮은 미얀마를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도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수재민을 돕는데 4천만원을 송금했다. 한국의 봉사단체와 함께 빈곤 지역에 정수기를 설치하고 학교를 세우는 활동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층에 마련된 브더욱글로리 카페
(인천=연합뉴스) 류일형 기자 = 미얀마 이주민들이 카페에서 만나 차를 마시고 있다.

다음은 한국에 와 있는 미얀마 노동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활동.

소모뚜는 미얀마에서 대학을 다니다 한국에 온 지 오래돼 한국말과 미얀마 이주민들의 사정에 능통한 데다 남다른 인권 의식으로 월 100건 안팎의 상담을 받아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체계적인 활동을 위해 올 3월 한국 미얀마 출신 활동가 공동체인 미얀마노동자복지센터를 발족했다. 월 1만원을 내는 회원이 출범 초기 100명에서 현재 300명으로 크게 늘었다.

여기에는 10여년 전부터 도움을 주고 있는 이란주 아시아문화인권연대 대표, 류지호 의정부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상담팀장과 '현장' 노무사사무소 등 뜻있는 한국인들의 도움도 큰 힘이 됐다.

그러나 한국의 이주민 인권상황에 대해서 소모뚜는 "애매하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껍데기는 예쁜데, 가까이 가면 냄새가 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업연수생제도가 고용허가제로 바뀌면서 최저임금 보장 등은 좋아졌는데, 임금체불은 늘어만 가고 있다"면서 "사용자의 '도둑질' '강도짓'은 심각한 수준인데, 사용자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고 이주민의 불법체류에 대한 처벌만 엄격하다"고 풀이했다.

그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아직도 이주노동자들에게 2016년도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사업주들도 있다. 며칠 전 경북 영천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사업주가 1년 치 임금을 돈이 아닌 종이 쿠폰으로 지급했다는 부끄러운 소식도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공무원이던 아버지가 '미얀마 88항쟁'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해고되면서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자 소모뚜는 대학 1학년이던 1995년 여행 비자로 대한민국에 입국, 불법체류자로 지냈다.

2003년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과 함께 실시된 불법체류자 단속에 반대하는 천막 농성에 참여한 뒤부터 그는 외국인 노동자 인권 운동에 뛰어들었다.

2010년 한국인권재단으로부터 인권홀씨상을 수상했으며 같은 해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위원장 표창을 받았지만 인권 감수성이 결여된 현병철 당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뜻에서 거절하기도 했다.

소모뚜는 2003년 음악을 통해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알리기 위해 결성한 이주노동자 밴드 '스탑 크랙 다운(Stop Crackdown:강제추방 반대)' 멤버로도 활동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ryu62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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