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용의 글로벌시대] 2020년은 '아프리카의 해' 60주년
[이희용의 글로벌시대] 2020년은 '아프리카의 해' 60주년
  • 이희용
  • 승인 2019.12.31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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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용의 글로벌시대] 2020년은 '아프리카의 해' 60주년

2018년 1월 29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제30차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의 폐막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1960년은 '아프리카의 해'로 불린다. 카메룬(1.1)을 시작으로 토고(4.27), 마다가스카르(6.26), 콩고민주공화국(6.30), 소말리아(7.1), 베냉(8.1), 니제르(8.3), 부르키나파소(8.5), 코트디부아르(8.7), 차드(8.11), 중앙아프리카공화국(8.13), 콩고공화국(8.15), 가봉(8.17), 세네갈(8.20), 말리(9.22), 나이지리아(10.1), 모리타니(11.28)가 차례로 식민지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2020년은 이들 17개국이 독립 60주년을 맞는 해다.

아프리카는 현생인류가 시작된 땅이고 가장 먼저 고대 문명을 꽃피운 곳이다. 그러나 척박한 환경과 기후변화 등으로 생산력이 정체돼 산업사회로 이행하지 못했다. '총, 균, 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아프리카와 남북미 대륙의 지형이 남북으로 길게 형성된 탓도 있다고 주장했다. 동서로 넓게 펼쳐진 유라시아와 달리 기후 차이가 커서 교류가 활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10년 콩고민주공화국 수도 킨샤사의 거리에 독립 50주년을 축하하는 간판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술 발달의 지체는 제국주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아프리카에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었다. 에티오피아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영국·프랑스·벨기에·네덜란드·스페인·독일 등 유럽 열강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부족사회를 벗어나지 못한 사하라사막 이남의 열대기후 지역에서는 16∼19세기에 무려 1천250만 명가량의 원주민이 유럽과 북미 등지에 노예로 팔려 간 것으로 추산된다.

서구 문명의 침략은 아프리카 야생동물에게도 재앙이었다. 사자·표범·코뿔소·코끼리·하마·얼룩말·기린 등이 남획돼 동물원에 갇히거나 호사가들의 거실을 장식했다. 그나마 살아남은 동물들도 개발의 삽날에 떼밀려 서식지가 줄어들고 생태계 먹이사슬이 파괴돼 멸종 위기를 맞았다.

나이지리아 유니세프 보건소에서 어린이가 불안한 눈빛으로 검진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유니세프 제공=연합뉴스]

약탈에 눈이 먼 유럽 열강은 남의 땅에서 각축을 벌이다가 유혈 사태를 빚은 뒤 경계선을 정했다. 원래 마을과 부족의 경계는 산맥이나 강 같은 지형에 따라 나뉘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지도에 자를 대고 반듯하게 금을 그었다. 오늘날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국경선이 직선인 까닭이다.

한 부족이 여러 나라로 찢기고 오랫동안 반목해온 종족들이 같은 나라로 묶이는 사례가 속출했다. 불만과 갈등이 끊이지 않은 것은 물론 해방 후에도 두고두고 분쟁의 불씨로 남았다. 1991년부터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소말리아 내전은 6개 종족 간의 갈등이 폭발한 탓이고, 40년 넘게 이어지는 르완다 비극도 투치족과 후투족 간 분쟁이 원인이다. 유럽 열강은 식민 통치를 쉽게 하려고 종족 간의 분열을 부추기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탄자니아 모로고로 팡가웨이 마을 진입로에 '한국-탄자니아 우정의 마을'이라고 쓰인 간판이 세워져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한국농어촌공사가 이곳에서 농촌종합개발사업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식민지 해방의 바람이 불어닥쳤다. 아시아에서 시작된 바람은 반둥 회의를 계기로 아프리카까지 이어졌다. 일명 AA(아시아·아프리카)회의라고도 하는 이 국제회의는 인도네시아·스리랑카·미얀마·인도·파키스탄 5개국의 발의로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1955년 4월 18일 개막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29개국 대표단이 참여해 식민주의 종식을 촉구하고 비동맹그룹 결성을 선언했다.

그 여파로 1956년 아프리카 북부 수단·튀니지·모로코가 독립한 데 이어 이듬해 사하라 남쪽 최초로 가나가 해방의 기쁨을 맛봤다. 반둥 회의 이전에 독립한 아프리카 국가는 에티오피아와 함께 라이베리아(1847년)·이집트(1922년)·남아프리카공화국(1931년)·리비아(1951년) 5개국에 지나지 않았다. 기니는 1958년 식민지에서 벗어났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21일 옛 프랑스 식민지인 코트디부아르를 방문해 알라산 와타라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프랑스의 식민주의는 중대한 과실이었다"고 사과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프리카 55개국의 30%를 넘는 17개국이 1960년 건국했고 뒤이어 시에라리온·탄자니아(1961년), 알제리·브룬디·르완다·우간다(1962년), 케냐(1963년), 말라위·잠비아(1964년), 감비아(1965년), 레소토·보츠와나(1966년) 등이 잇따라 독립을 선언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나미비아(1990년)와 에리트레아(1993년)가 독립국 대열에 합류했으며 2011년 남수단이 맨 마지막으로 분리 독립했다.

1960년 독립 선언 물결의 서막을 장식한 카메룬의 근현대사는 수난과 능욕으로 점철됐다. 17세기 영국의 세력권에 들어갔다가 1868년 독일이 뒤늦게 뛰어들어 쟁탈전을 벌였고 프랑스도 가세했다. 1911년 독일이 지배권을 확립했으나 1차대전 후 프랑스령과 영국령으로 분할됐으며 2차대전 후 유엔 신탁통치령이 됐다가 자치령을 거쳐 독립했다. 이 과정에서 영토도 분할과 합병을 거듭했다.

2011년 7월 9일 남수단 수도 주바의 시민들이 독립운동 지도자 존 가랑 동상 주위에서 국기를 흔들며 분리 독립을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비슷한 시기에 독립한 나라들의 역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콩고는 프랑스와 벨기에가 조약을 맺어 콩고강을 경계로 각각 영유권을 확보했다. 벨기에령은 벨기에 국왕 레오폴드 2세의 이름을 따 레오폴드빌 콩고로 명명했다가 자이르(콩고강의 현지 이름)를 거쳐 콩고민주공화국으로 개명했다. 프랑스령은 맨 처음 점령한 이곳에 삼색기를 꽂은 프랑스 해군장교 피에르 브라자를 따 브라자빌 콩고로 불렸다가 콩고공화국이 됐다.

더욱 큰 문제는 60년이 지난 지금에도 대부분 국가가 식민지 유산을 극복하지 못한 채 내전과 폭동, 저개발과 기근, 부패와 빈부격차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총면적은 지구상 육지 면적의 19.8%, 인구는 인류의 17.0%에 해당한다. 그러나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에서 아프리카 55개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1.52%에 지나지 않는다. 하루 1.25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절대빈곤 가구와 말라리아 등 감염병 환자도 대부분 아프리카에 몰려 있다.

2018년 6월 25일 서울 '사랑의 열매회관' 강당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재단 개소식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외교부 제공=연합뉴스]

식민지에서 해방된 아프리카 나라들은 1963년 5월 25일 아프리카단결기구(OAU)를 창설했다. 회원국들은 이날을 '아프리카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OAU는 2002년 아프리카연합(AU)으로 재출범했다. AU 회원국들은 대부분 건국 60년이 안 됐을 만큼 젊다. 인구도 30세 이하가 70%를 넘어 잠재력이 크다.

한국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앞세워 활발한 공적개발원조(ODA)를 펼치고 있으며 2018년 6월 외교부 산하기관으로 한·아프리카재단을 설립해 협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U 회원국들도 역사적 상처가 없고 산업화와 민주화의 기적을 이룩한 한국에 호감을 보이고 있다. '아프리카의 해' 60주년인 2020년을 맞아 한국과 아프리카의 관계가 한층 가까워지기를 기대한다. (한민족센터 고문)

이희용 연합뉴스 한민족센터 고문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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