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쿠 韓상인연합회장 "침체 한인타운을 한일우호 상징거리로"
신주쿠 韓상인연합회장 "침체 한인타운을 한일우호 상징거리로"
  • 강성철
  • 승인 2019.12.1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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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 韓상인연합회장 "침체 한인타운을 한일우호 상징거리로"

오영석 日 신주쿠한인상인연합회 회장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지난달 '다문화 한마당 축제'를 열어 도쿄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응원한 오영석 일본 신주쿠한인상인연합회 회장. 2019.12.10 wakaru@yna.co.kr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한일 관계 경색이 지속하면서 600개에 달하던 한국 점포가 400개로 줄어들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다시 좋아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원래 이웃끼리는 아웅다웅하면서 친해지기 마련 아닌가요"

일본 도쿄(東京)의 대표적인 '코리아타운'으로 불리는 신주쿠(新宿) 신오쿠보(新大久保)에서 지난 달 '다문화 한마당 축제'를 개최한 오영석(67) 신주쿠한국상인연합회 회장은 1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양국 관계가 정치적으로 어려울수록 민간·문화 교류는 더 활발해져야 한다"며 "침체에 빠진 코리아타운을 한일 우호의 상징 거리로 부흥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김치 판매·한식당을 운영하고. 한국에서는 일본식 가정요리를 전파하는 처가방(처가 요리라는 뜻으로 일본 이름 사이카보)을 이끄는 그는 최근 한국 백화점에 입점을 추진하기 위해 방한했다.

신주쿠한국상인연합회는 다문화 한마당 축제 당시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며 2020개의 종이학 접기 이벤트를 열었고 이를 3일 신주쿠 구청에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는 10월 일본을 강타했던 태풍 '하기비스' 피해지역의 복구 성금으로 축제 자선행사 수익금 중 일부인 30만엔도 건넸다.

오 회장은 "신주쿠는 올림픽 주 경기장을 비롯해 여러 올림픽 시설이 들어선 곳인 만큼 재일동포를 비롯한 외국인들이 성공개최를 응원하고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축제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신주쿠에는 120개 나라에서 온 4만여 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구민 30만 명 가운데 13% 이상이 외국인으로, 일본 내 다문화가 밀집한 지역이다. 이번 축제에도 중국·베트남·네팔인 등이 함께 했다.

재일동포, 도쿄올림픽 성공기원 종이학 2천20마리 접어
도쿄 신주쿠한국상인연합회가 3일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신주쿠 구청 측에 전달한 오륜기 색깔의 종이학 2천20마리와 성금 30만엔 [신주쿠한국상인연합회 제공]

그는 "일본은 다문화를 말할 때 항상 공생(共生)을 붙인다.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관계라는 것인데 한국에서는 다문화가 '차별'의 용어로 쓰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의 사죄 요구 발언 계기로 한류가 사그라지고 혐한(嫌韓)이 등장한 데다 최근 들어서는 한일관계가 더욱 어려워져 민간 교류마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일본 미디어 공중파에서 한국 드라마가 사라졌고 한국에 부정적인 보도가 줄을 이으면서 재일동포의 삶도 위축됐다"며 "대부분의 일본 국민들은 정치가들이 한일관계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고 인식하지만 중산층 이상에서는 분위기가 안 좋은 것을 고려해 한류 소비에 소극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 회장은 코리아타운 부흥을 위해 신오쿠보 한국 영화제를 열기도 했고, 관광객 등을 위한 타운 셔틀버스 운행도 추진했다. 또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과 2012년에 피해자를 돕는 자선 축제도 열었다.

패션 디자이너로 명동에 의상실을 운영하던 그는 1983년 31살 늦깎이 유학길에 올라 일본 패션 전문학원인 문화복장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게이오 백화점의 숙녀복 담당자로 패션 유통업에 종사하다가 한식업에 뛰어든 것은 아내 유향희 씨 덕분이었다. 한식 요리솜씨가 좋은 유 씨가 1993년 도쿄 시내에 김치와 젓갈을 파는 반찬가게를 차린 것이 지금의 '사이카보' 1호점이다.

이후 입소문이 나면서 게이오·이세단·도부 등 유명 백화점 식품 코너에 입점했고 내친김에 한국 가정식 요리를 선보이는 한식당도 오픈했다.

김치 맛뿐만 아니라 문화도 전하려고 본점에 김치박물관도 세웠다. 현재 도쿄·오사카·나고야·후쿠오카 등 주요 도시에 20개 한식당과 12개 백화점 매장 등에서 4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는 일본에 한식을 전하는 것처럼 한국에 일본 가정요리를 알리려고 서울 강남구 청담동을 시작으로 대구, 청주, 판교 등에서 '사이카보' 식당을 운영한다.

신주쿠 코리아타운의 '다문화 한마당 축제'
일본 도쿄 신주쿠한국상인연합회는 지난달 16일 신오쿠보 코리아타운에서 한일 우호 자선 행사로 '다문화 한마당 축제'를 열었다. [신주쿠한국상인연합회 제공]

일본에서 한식 전도사로도 불리는 그는 한식 세계화를 위해서는 계량화와 재료의 소포장 판매가 중요하다고 했다.

"음식은 손맛이라든가 소금 한스푼, 고추장 두 스푼 식의 표현은 외국인이 한식을 조리할 때 헷갈리게 만듭니다. 몇g을 투입해야 한다든가 고추장 매운맛은 어느 정도라고 정확하게 표현해야 합니다. 일본에서는 김치를 100g 단위부터 팔 정도 1인 가구가 많습니다. 전 세계적인 추세이므로 조리 재료도 작은 단위부터 구비해야 소비자가 손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신정주자(1980년대 이후 유학 등으로 일본으로 건너온 사람들) 가운데 처음으로 재일동포 중심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도쿄본부 의장직도 겸하고 있는 그는 "내년 축제에는 올림픽 상징인 오륜을 종이접기로 접는 이벤트를 열 것"이라며 "전 세계인의 평화축전인 올림픽이 양국 관계를 더 가깝게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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