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순이 해밀학교 이사장 "미래 꿈꾸는 다문화학생 볼 때 행복"
인순이 해밀학교 이사장 "미래 꿈꾸는 다문화학생 볼 때 행복"
  • 강성철
  • 승인 2019.11.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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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 아픔 극복해 당당한 한국인으로 살도록 도울 것"

인순이 해밀학교 이사장 "미래 꿈꾸는 다문화학생 볼 때 행복"

"혼혈 아픔 극복해 당당한 한국인으로 살도록 도울 것"

'연합뉴스 다문화포럼' 축사하는 김인순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김인순 해밀학교 이사장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열린 '2019 연합뉴스 다문화포럼'에 참석, 축사하고 있다. 2019.11.27 scape@yna.co.kr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차별받은 상처를 안고 입학한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친구들과 교류하고 웃음을 되찾아 미래 꿈을 키워가는 것을 봤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가수이자 다문화 대안학교 '해밀학교' 이사장인 인순이(본명 김인순) 씨는 2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혼혈로 겪는 상처로 말문마저 닫은 아이들이 밝아지는 것을 보는 게 보람차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해밀학교는 이날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에서 도쿄(東京)한국상공회의소(도쿄상의)·연합뉴스와 다문화 청소년 장학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김 이사장은 "해외에서 다문화로 살아가는 동포 기업인 단체인 도쿄상의가 국내 다문화 청소년들에게 주는 장학금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고 감사하다"며 "큰 격려가 될 것"이라고 반겼다.

그는 2013년 강원도 홍천에 중학교 교과과정의 해밀학교를 세웠다. '해밀'은 '비 온 뒤 맑게 갠 하늘'이라는 뜻의 순수 우리말이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에게 밝은 희망을 주고 싶은 그의 바람이 담겨 있다.

개교 이후 다문화와 한국인 학생을 골고루 선발한 이유와 관련, 김 이사장은 "차별받았다고 다문화 아이만 따로 모아 놓는 것은 고립만을 가져올 뿐"이라며 "내국인 학생도 다문화 아이와 교류함으로써 세계관을 넓힐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해밀학교 2019년도 입학식
강원도 홍천군에 소재한 다문화해밀학교의 2019년도 입학식. 해밀학교는 지난해 교육부 정식학교로 인가를 받았다. [해밀학교 제공]

해밀학교는 국어·영어·수학·과학·역사·사회 등 보통교과 외에 코딩교육, 농사체험, 수영·합창·밴드·예술문화·이중언어 등 특성화 교과 수업을 진행해 전인교육에 힘쓰면서 학생들의 경쟁력도 키우고 있다.

지역 봉사, 유적 답사, 문화 체험 등도 진행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모둠활동'도 펼친다.

7년간의 성과를 묻자 그는 "1회 졸업생 5명 중 4명이 올해 대학생이 됐다"며 "지난해 중학생 60명을 교육할 수 있는 정규학교로 인가를 받아 올해 졸업생들은 검정고시를 보지 않고 바로 외국어고교를 비롯해 일반 인문계 고교, 패션·농업·기계·간호 등 적성에 맞는 특성화고로 진학했다"고 소개했다.

이사장으로 한 달에 최소 4회 이상 학교를 찾는다는 그는 학교에서는 가수가 아닌 '큰 엄마' 또는 '샘'(선생님의 준말)으로 불린다. 늘 아이들을 만나면 먼저 안아주기부터 하고 같이 어울려주기 때문이다.

가수로서 바쁜 스케줄을 쪼개서 시간 내기가 쉽지 않겠지만 전체회의는 물론이고 특별한 행사나 아이들이 보고 싶으면 아무 때나 달려간다.

그는 "학교의 재정을 책임져야 하니 본업인 가수에 충실히 하는 것은 물론이고 후원자를 만나는 일에도 정성을 쏟는다"고 소개했다.

도쿄상의·해밀학교·연합뉴스, 다문화학생 교육·진로 지원 업무협약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열린 '2019 연합뉴스 다문화포럼'에서 조성부 연합뉴스 사장(왼쪽부터), 김인순 해밀학교 이사장, 장영식 도쿄상의 회장이 다문화학생 교육·진로 지원 업무협약서에 서명한 뒤 박수치고 있다. 2019.11.27 scape@yna.co.kr

김 이사장은 "가장 고생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 청춘을 다 바치고 있는 교사들"이라며 "아이들과 24시간 생활하는 기숙형 학교라서 일반 학교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열정이 필요한 데 힘든 내색 없이 정말 열심히 한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자격을 갖춘 정식교사지만 아직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다 보니 최저 급여밖에 줄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1회 졸업생 중 2명이 방황해 교사들을 힘들게 했다"며 "그렇지만 교사들이 포기하지 않고 다독인 덕분에 이들 학생이 고교에 진학해 내내 반에서 1∼2등의 성적을 유지해 대학에 진학했다"며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들이 입학하면 가장 먼저 차별 등에 따른 아픈 상처를 드러내도록 한 후 자신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도록 하도록 한다.

김 이사장은 "나 또한 어린 시절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찾느라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학교는 아이들이 빨리 상처를 딛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가도록 돕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경주 불국사를 찾은 인순이와 해밀학교
올해 해밀학교 테마 학습여행에 함께한 인순이와 학생들. [해밀학교 제공]

이날 연합뉴스 연우홀에서 열린 2019 연합뉴스 다문화포럼의 주제인 '건강한 다문화 가정을 위한 한국인 배우자의 역할'과 관련, 그는 "다문화 학생의 한국인 아버지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며 "아이들이 엄마 나라의 말을 할 수 있도록 인정하고 가르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모국어로 말하며 엄마와 소통하고 안정감을 누리면 아빠와의 관계도 좋아집니다. 무엇보다도 이중정체성과 이중 언어를 구사하는 것은 큰 경쟁력이 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내의 나라 문화와 말을 존중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발매한 신곡 제목이 '행복'인 이유를 묻자 그는 "사람들은 '행운'이란 뜻을 가진 네잎클로버를 찾아 헤매면서 주변에 '행복'이란 세잎클로버를 짓밟고 산다"며 "다들 '행복하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은 데 누군가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게 아니라 내 안의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노래"라고 소개했다.

그는 "40년 이상 가수 생활을 하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살 수 있었던 것처럼 아이들도 상처를 이겨내고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계속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쿄상의·해밀학교·연합뉴스, 장학금 전달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열린 '2019 연합뉴스 다문화포럼'에서 김인순 해밀학교 이사장(왼쪽 네번째), 조성부 연합뉴스 사장(왼쪽 일곱번째), 장영식 도쿄상의 회장(오른쪽 네번째)이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11.27 scape@yna.co.kr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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