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참전용사 다큐, 뉴질랜드 현지서 '잔잔한 감동'
한국전 참전용사 다큐, 뉴질랜드 현지서 '잔잔한 감동'
  • 왕길환
  • 승인 2019.11.14 13: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어방송사 해피월드TV 3부작 제작해 방송·유튜브 게시

한국전 참전용사 다큐, 뉴질랜드 현지서 '잔잔한 감동'

한국어방송사 해피월드TV 3부작 제작해 방송·유튜브 게시

'실종 또는 전사'로 표기된 로버트 마키오니 모습
[방송 캡처]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뉴질랜드 해군 청년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현지 한국어 방송사의 전파를 탔다.

뉴질랜드 한국어 방송사인 '해피월드TV'(대표 김운대)는 2월부터 한국전 참전용사 로버트 마키오니(애칭 '봅'·당시 19살)의 다큐멘터리 '봅을 찾아서'(Finding Bob)를 제작해 10월 말 완성, 현지시간으로 2일 뉴질랜드 전역에 첫 방송을 한 데 이어 9일 재방송했다.

해피월드TV는 자체 제작한 뉴스·다큐멘터리와 한국 방송사들로부터 제공받은 예능 프로그램·한류드라마를 방영하는 케이블방송이다. 주요 시청자들은 오클랜드와 웰링턴 등에 거주하는 한인들이다.

다큐멘터리는 '다정했던 3형제',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포피의 꿈' 등 3부작으로 구성됐다.

김운대 대표는 14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방송이 나간 후 한인 뿐만 아니라 생존 참전용사와 그 가족들로부터 '감사하다', '눈물이 난다', '뉴질랜드가 이렇게 한국과 관련이 있는 줄 몰랐다', '잘 모르던 이야기를 알려줘 고맙다', '잔잔한 감동을 준다' 등의 전화와 이메일, SNS(사회적네트워킹서비스)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특히 유튜브에 올린 영상(1부:youtu.be/sObYnzFzPIo?list=UUyLoMB9_ZRWW8UNcYjq0LFw, 2부:youtu.be/2IDeJ7xAihQ?list=UUyLoMB9_ZRWW8UNcYjq0LFw, 3부:youtu.be/7_vMo34EssQ?list=UUyLoMB9_ZRWW8UNcYjq0LFw) 조회 수도 늘고 있는 추세다.

김 대표는 "뉴질랜드에 몇차례 추가로 재방송을 하고, 생존 참전용사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단체 관람과 한국내 케이블 TV 방영 등도 추진하고 있다"며 "내년 해외 한국어방송인대회에도 출품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봅의 3형제 가족 사진
[방송화면 캡처]

방송에 따르면, 한국전쟁에 참전한 뉴질랜드 군인 총 6천명 가운데 45명은 전사했고, 80여 명은 다쳤다. 전사자들 가운데 실종 또는 사망으로 표기돼 있는 1명이 바로 로버트 마키오니다. 따라서 다큐멘터리 제목도 '봅을 찾아서'로 지어졌다.

1부는 봅의 어린 시절과 가족들의 모습을 담는다. 3형제 중 첫째인 존과 둘째인 봅은 한국 전쟁에 참전한다. 막내 토니는 18살이 되지 않아 한국에 오지 못했지만 1년 뒤 형들의 뒤를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둘째 형의 전사 소식에 그는 끝내 참전을 못한다.

영상은 봅이 '10일 후 기쁘게 만나자'는 내용으로 가족에 보낸 편지를 보여준다. 결혼을 기약했던 여자친구와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토니의 말에 가족은 눈시울을 붉힌다.

형을 잃은 토니의 마지막 소원은 봅의 시신을 찾는 것. 그가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이유는 전사하던 날 정황 때문이다. 봅은 당시 해군 로토이티호를 타고 장산곶에 내렸고, 격전이 있었던 이 곳에서 후퇴하는 과정에서 적군의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동료들이 그를 업고 탈출을 시도했으나 격렬한 적군의 공격 탓에 바닷가 인근 바위에 그를 눕히고 미역 등 해초로 숨긴 뒤 빠져나왔다.

하지만 심하게 저항하는 적군 때문에 결국 봅의 시신을 끝내 수습하지 못했다.

동생 토니가 형 봅의 생전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여주는 장면
[방송화면 캡처]

토니는 영상에서 형의 시신이 북한 하늘 아래 어느 마을의 한 귀퉁이에라도 묻혀 있을 수도 있다는 한 가닥 희망을 68년 동안 버리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2부는 뉴질랜드군의 한국 파병, 전쟁 당시 뉴질랜드 군인들의 활동, 봅의 군대 활동과 주변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특히 한국 국방부 유해발굴 감식단(단장 허욱구)이 남북 공동으로 유해발굴 작업을 합의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봅이 전사한 '장산곶'으로 추정되는 지역에 들어갈 수 없다는 허 단장의 말에 토니는 실망한다. 그렇지만 그는 "이제 뉴질랜드 정부와 유엔을 거치지 않고 유해발굴 감식단과 연결됐으니 기쁘다"며 다시 희망을 끈을 잡는다.

봅의 무덤은 뉴질랜드 정부와 한국 정부의 합의로 부산의 유엔군 묘지에 비석만 세운 가묘 형태로 설치됐다. 토니는 한국 정부의 초청으로 2018년 11월 11일 형의 묘지를 다녀갔다.

3부 '포피의 꿈'은 한국의 현충일과 같은 뉴질랜드의 안작데이(4월 25일)와 참전용사들의 모습을 그린다. 포피는 붉은 양귀비를 뜻하는 말이다. 뉴질랜드에서는 전쟁의 상징으로 전사자들을 기억하기 위해 양귀비를 가슴에 달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전파진흥원의 해외한국어 방송사 지원사업 중의 하나로 제작됐다.

부산 유엔군 묘지의 봅의 가묘
[방송화면 캡처]

ghwang@yna.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