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 고국행' 수술비 턱없이 부족한 고려인 어린이
'우여곡절 끝 고국행' 수술비 턱없이 부족한 고려인 어린이
  • 류일형
  • 승인 2019.11.02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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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불량성 빈혈로 4일 서울대병원서 첫 진료 예정

'우여곡절 끝 고국행' 수술비 턱없이 부족한 고려인 어린이

재생불량성 빈혈로 4일 서울대병원서 첫 진료 예정

(서울=연합뉴스) 류일형 기자 = 우여곡절 끝에 고국인 우리나라에서 수술을 받게 됐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여섯살짜리 고려인 어린이가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타슈켄트 한 병원에 입원중인 데이비드 군(6)
[우즈베키스탄 대사관 제공]

2일 주 우즈베키스탄 한국대사관(대사 강재권)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 사는 고려인 허가이 에드워드(45) 씨의 아들 허가이 데이비드(6)가 재생불량성 빈혈 증세로 위독한 상황이다.

재생불량성 빈혈은 조혈모세포와 각 계열 전구세포 수 감소 탓에 혈액세포의 생산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질환이다. 중증 재생불량빈혈로 악화할 경우에는 1년 내에 상당수 환자들이 감염 또는 출혈로 사망하기 때문에 가능하면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데이비드 군에게 처음으로 다리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재생불량성 빈혈 증상이 나타난 것은 9월 22일. 이후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져 현지 병원에서 몇 차례 검사를 한 결과 '재생불량성 빈혈'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받았다.

타슈켄트 한 병원에 입원중인 데이비드 군(6)
[우즈베키스탄 대사관 제공]

이에 따라 벨라루스 민스크에 있는 소아종양혈액면역센터에서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재생불량성 빈혈'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여기서 치료받을 경우 13만 달러 가량이 필요했다.

슬픔에 빠진 데이비드 군의 어머니 김발랴(43)씨는 이 사연을 페이스북에 올려 호소했고, 현지 고려인들을 중심으로 아이를 살리자는 데 한마음이 돼 불과 6일 만에 13만 달러를 모았다. 어머니인 김 씨의 친구들이 온라인에서 모금을 주도한 덕택이다.

그러나 2주 이내에 적합한 골수 이식자를 찾아야 했지만 가족들의 골수조직 적합성 항원 검사 결과는 모두 불일치로 판정됐다.

여기에다 이미 6차례 혈소판 주사를 맞아 추가적인 혈소판 주사 시술이 힘든 상황이어서 고도의 치료가 가능한 한국에서의 수술이 불가피했다.

결국 여러 경로로 도움을 요청한 끝에 3일 한국으로 입국, 4일 서울대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됐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모금한 수술비로는 턱없이 부족해 가족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아빠.엄마.누나랑
[우즈베키스탄 대사관 제공]

데이비드 군은 할아버지가 1937년 고려인 1차 이주 때 연해주에서 강제이주돼 타슈켄트에 정착했다. 아버지는 2001년 제주도에서 개최된 세계태권도 선수권대회 은메달리스트 출신 태권도 사범이고, 어머니는 회사 경리 일을 보고 있지만 살림이 넉넉하지 못하다.

결국 주 우즈베키스탄 대사관도 데이비드 군 돕기에 나섰다.

대사관 직원들도 개인 자격으로 모금운동에 참여하는 한편, 한국 병원 진료 주선과 긴급 비자 발급 등에 도움을 줬다.

강재권 주 우즈베키스탄 대사는 "현지 고려인 동포들의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6일 만에 13만 달러가 모금되는 것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며 "데이비드가 고국인 우리나라에서 무사히 수술을 받고 완쾌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우즈베키스탄에는 18만여명의 고려인이 살고 있다.

ryu62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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