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 모르쇠' 부도 위기에 몰린 페루 진출 中企人의 하소연
'석유공사 모르쇠' 부도 위기에 몰린 페루 진출 中企人의 하소연
  • 김종량
  • 승인 2019.10.2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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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사 현지법인 바지선 충돌로 공장시설 파손…"5년 넘게 보상 못 받아"

 

'석유공사 모르쇠' 부도 위기에 몰린 페루 진출 中企人의 하소연

석유공사 현지법인 바지선 충돌로 공장시설 파손…"5년 넘게 보상 못 받아"

 

 

"한국석유공사는 하루빨리 피해보상을 하라"
(서울=연합뉴스) 김종량 기자 =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의 페루 현지 법인의 사고처리 지연으로 부도 위기에 몰린 서한냉동 장한성 대표가 24일 서울 송파구 한 커피점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2019.10.24. jr@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종량 기자 = 페루에 진출한 국내의 한 중소기업이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 현지 법인의 사고 처리 지연 탓에 부도 위기에 몰렸다. 사고 발생 5년이 넘도록 보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소 수산기업인 서한냉동 장한성 대표는 최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억울한 사정을 털어놓았다.

그는 2008년 페루에 현지법인 수산물가공업체 '세아체'를 설립했다. 200억원을 투자해 페루 해안 대규모 부지에 부두·수산물 가공처리 공장·사무실·기숙사 등 시설을 짓기 시작했다. 힘겨운 노력 끝에 1998년 페루 정부의 허가를 받아 시작한 사업이었다

그러나 준공을 앞둔 2014년 7월 4일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했다. 한국석유공사와 콜롬비아 국영 석유업체가 공동 투자한 현지법인 '사비아'의 대형 바지선 2척이 파도에 떠밀려 와 세아체 부두시설을 들이받았다.

 

세아체 페루 공장과 부두 모습
[세아체 제공]

 

이 사고로 부두를 철거해야 할 정도로 시설이 심각하게 손상됐다. 하지만 석유공사 현지 법인은 원상복구·보상에 소극적이었다. 이에 장 대표는 2015년 7월 피해 보상을 요구하며 현지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이 마저도 재판이 지연돼 사고 발생 5년이 넘도록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 지금까지 세아체를 가동조차 못 하고 있고, 장 대표는 주택이 압류되는 등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한국석유공사는 직접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영국에 본사를 둔 선박 보험회사에 보험처리를 의뢰했고, 보험회사는 여러가지 이유 등으로 보상 판결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장 대표는 주장했다.

그는 "사고 이후 현재까지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원상복구나 보상이 되지 않아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공장 시설엔 먼지만 쌓이고 자재도 녹슬고 있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공기업이 해외에 진출해 열심히 일하려는 중소기업에 피해를 줬으면 깨끗하게 인정하고, 피해 시설을 원상 복구시키는 것이 도리"라며 "부두가 완공되지 못하면 공장도 가동하지 못하는 데 소송만 힘겹게 끌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국회의원도 당시 산업위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 한국석유공사가 해외에 진출한 자국 영세기업을 진흥시키지는 못할망정, 막대한 피해를 주고 5년이 넘도록 무책임하게 방치하고 있다"며 "한국석유공사가 책임감을 갖고 적극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국감에서 "사비아의 사고로 한국기업이 손해를 보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보험회사와 함께 관련 소송을 조속히 진행하고, 소송 결과가 나오는 대로 피해사에 적절한 조치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j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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