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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과 런던사이_한국의 색채
icon 지나
icon 2019-05-02 10:53:23  |  icon 조회: 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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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나는 한국인이라서 자랑스럽다"라고 하는

말 속엔 100퍼센트의 진실이 담겨있는 게 아니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에 곤란한 표정으로

"둘 다"라고 대답하던 어린애의 말 속엔 본능적인 정치력이 있었다. ㅎㅎ

우리나라 사람이라서 자랑스럽다는 말을 하는 어린 입술 너머엔

학교에서 그렇게 교육을 받았으니 그렇게 생각하고 말해야

안전하다고 생각한 작은 뇌가 있던게지...ㅎㅎ

 

주말부터 씨름하다 어제 겨우 끝낸 한국에 대한 보고서...

 

외국 회사에서 한국어로 돈 벌어먹고 사는 나,

밖에 나와서 우리나라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는 상황이

묘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렇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힘 빼고 즐겁게 하면 되는데

이 파일을 작업하는덴 너무 많은 시간과 힘이 들어갔다.


 

한국을 대표하는 이들의 작품과 이름을 실수할까 봐,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오도할까 봐 겁이 났다.

그들에게 폐가 될까 봐 겁이 났다.


 

결국 완성해 전달한 파일도

완전히 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한글, 한옥, 한복, 한류, 한국의 첨단기술,

한국의 젊은 패션 디자이너, 한국의 건축가...

파일 속에 빼곡히 박힌 '韓'이라는 글자가 좀 뭉클했다.

세계에서 인정받으려고, 한국을 알리려고

억지스러울만큼 발버둥치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우리나라는 외국이 먼저 쓰고

한국이 역으로 옮기는 나라가 된 것이다.

 

이제 많은 외국 사람들이 3음절로 된 이름을 보면 한국인인 줄 안다.

지성 팍이라고 하지 않고 박지성으로 읽을 줄 안다.

반기문이라는 사람이 그런 자리에 올라가는 것에

뇌물 의혹을 제기하지 않는다.


 

억지로 자랑스러운 척 하지 않아도 될만큼

나도 모르는 새 우리나라는 이미 멋지게 변해있었다.

2019-05-02 10: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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